근래 시집 선물을 자주 받는다.
시집만 보면 제일 먼저 챙겨주고픈 카친 벗 수채화라고 하시던
경주 예사랑 천연염색공방 대표이신 천성순 작가님이 보내주신
진란 시집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머무는 문학카페에 계시는 청심 제성행 시인님의 첫 시집 '가슴으로 듣는 노래'이다.
시집만 보면 제일 먼저 챙겨주고 싶다는 그 말에 목젖이 아린다.
얼마나 고마운 마음인가
그리고
첫 시집을 엮으려면 얼마나 피와 땀과 고뇌가 서린 것인가
그 시집을 내게로 보내주신 그 고마움에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사실은 그분이 카페에 시를 올리실 적마다 꼭 필사를 하곤 했다.
감성에 결이 맞다고 해야 할까
어찌 내 맘을 알고 이리 보내주셨을까 참으로 감동이다.
슬픈 거짓말을 만난 적이 있다
진 란
하루 종일 하늘이 무거웠다
먹구름이 잔뜩 물을 들이켰는지
한낮도 한밤중 같았다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고
창문을 마구 흔들어 덜그럭거렸다
문이란 문을 죄다 닫아걸었더니
틈을 찾는 바람의 울음이 휘잉 휘이잉
그 안에 내가 있는 것을 안다고
불온한 목소리로 흔들어댔다
들판에 배곯은 승냥이 울음 같은
사랑이 두려웠다
이름을 불러가며 빙빙 도는데
나는 여기 없는 척 숨을 죽이고
악착같은 네 사랑을 믿지 않았다
여름밤의 유혹
청심 제성행
금이 간 가로등
더운 단내를 깜빡이고
어둠을 빗질하듯
별빛은 쏟아지는데
깨끔발로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어 기댄 사랑
사랑의 예민한 촉수는
다가갈수록 아픔을 준다.
여름밤의 유혹은
타오르는 불꽃이 화려하지만
불나방에게
내일은 약속되지 않았다
혼절한 가로등 아래
귀로 읽는 밤벌레의 울음
어둠을 은폐한 거미 한 마리
끈적한 유혹의 덧을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