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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圖 ᆢ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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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19. 4. 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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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선택을 믿고 싶었으나

끝내 가을을 배웅해야만 했다

잡고 싶었던 절기 앞에서 맞닿은 흰 벽

네 마음에서 내리는 눈을 보았다

한 겨울 혹한에 온기 불어넣을 자신 없는 내가

네가 물어오지도 못하는 말에 애써 대답했을 때

담쟁이 넝쿨은 흰 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몇 잎 남지 않은 줄기에서 뻗은

천 개의 손이 벽을 붙잡고 있었다

천 개의 눈을 갖지 못한 나는

잡는 것에 집착하다가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집 한 채만 봤을 뿐

뒷마당 텃밭과

앞마당 산수유나무와

마루에 내려앉는 햇살은 보지 못했다

 

가을이 그리는 담쟁이 벽화

관세음보살의 미소를 잡는다.

 

시인 ᆢ김 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