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57)
-
어느 시인의 이야기
사과 전기웅 지난 폭우에 떨어진 사과를 바닥 한군데 둥그렇게 모아놓고 끌고 온 리어카에 하나둘 태운다 구석진 자리이기는 해도나름 북적대는 시장 가판대 위로 데려간다 둥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둔 저들끼리 가슴과 가슴을 서로 껴안는 사과 모자란 햇살에 풋내나는 사과는 햇살을 조금 더 쬐어준다 장날 구경 꼭 가고 싶어 하셨는데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눕혀둔 방 어머니를 이제야 모시고 나오다니! 불러 모은 사람들 눈빛에, 죄스레 골고루. 천천히. 속속들이 닦아 말리고 있다, 뒤늦은 후회로 ◇전기웅= 2016년 계간 ‘서정문학’으로 등단. 형상시학회 회원. 시집 ‘촛불 바위’가 있음. 삶의 막다른 길에서 죽음을 선택하려고 강가를 서성거리다가 누군가 벤치에 놓고 간 시집 하나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 시집은 신경..
2023.06.02 -
하루
먼저 간 동생네랑 대구에서 합류한 다음, 엄니 댁으로 달려갔다. 차창 너머 온통 금계국의 노란 꽃물결로 꽃 멀미를 하면서 그리운 엄니 얼굴 마주할 설렘으로 가득했다. 올케가 준비해 온 김밥과 음료로 새벽부터 나선 걸음에 허기를 채우며 엄니 드릴 옷을 미리 준비해 온 정성에 감동했다. 남편 없는 시댁을 가면서 엄니 좋아하는 김밥과 암자에 가실 때 입으실 옷까지 사 온 정성에 울컥해졌다. 무엇보다 애조카 준하랑 레바논 파견 다녀온 재호까지 함께하니 얼마나 든든하고 울 엄니 얼굴에 꽃이 필까 내 맘마저 콩닥하였다. 화들짝 팔 벌려 맞이해 주시는 울 엄니, 거동도 불편하신데 식혜를 가득가득 만들어 놓으셔서 또 한 번 울컥했다. 올케가 사 간 옷을 입혀드리고 동생과 언니랑 아버지까지 천도해 드린 약사암으로 가서 ..
2023.05.30 -
능수매
나붓한 속눈썹 사뿐히 드러내고 먼 길 오시느라 고단도 하련마는 발그레 비밀의 향기 건들바람 허벙 짚네 바람난 가지마다 꽃단추 여며두고 가지 끝 폐포처럼 영그는 별 몇 줌 달빛의 거문고 선율에 자지러지는 저 꽃잎
2023.05.17 -
선물 2
선물 시조라곤 학교 다닐 적 달달 외우던 시조 음수율 343434343543이 전부였던 제가 어느날 문득 단시조 매력에 빠졌답니다. 조금씩 조금씩 흉내를 내다가 써 본 '꽃무릇' 을 본 어느 문우님이 고맙게도 시화를 만들어 주셨네요. 그저 글 읽고 댓글 나눈 몇 날 되지 않은 인연임에도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이 큽니다. 마치 따스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느낌이에요!^^
2022.12.25 -
어느 하루
옛살라비 소 치던 아이들 또롱한 눈망울들 너럭바위 품에 안겨 해종일 잔즐거림 갈바람 슬어 놓아 둔 사무치는 기억들 자오록한 물안개가 비밀처럼 피어나는 강둑 길 저 너머에 얼비치는 옛 그림자 아희야 어디로갔니 물새 홀로 외따로워 ♥몇 개월전부터 다짐 받아 둔 고향 친구 모임이다. 복닥거리는 동창회 동기회가 아닌 께벗고 자라던 마실 친구들과의 하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시간이고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경주 포석정에서 오리백숙 먹고 남산 아래 삼릉, 솔라떼 카페에서 차 마시고 터미널 옆 정회 본점에서 회랑 매운탕, 초밥 등등 쏘주 항꼬뿌는 당근이지요.^^ 사실 수필 등단식이 서울에 있어서 겹친 날이지만, 친구들 보고픈 마음에 경주로 달린 하루가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 저장고에 쟁여 놓았습니다.^^
2022.12.20 -
할머니의 숨비소리를 찾아라!
주인공 창민이는 할머니와 둘이서 살아요. 할머니께서 해파리에 쏘인 후부터 숨비소리를 읽어버리셨대요. 창민이는 바다를 무서워하지만, 할머니께 숨비소리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하지요. 왜냐하면, 할머니를 사랑하니까요. 사랑은 용기를 불러와요. 용기는 희망을 안겨줘요. 창민이가 돌고래를 타고 떠나는 바닷속 멋진 모험! 바다는 환경오염 없이 안전할까요? 쉿! 비밀인데요. '영등할망' 어릴 적 모습도 만날 수 있어요. 제주시인 김도경 작가님을 처음 알게 된 건 2006년 다음 카페 '유로 라이브'라는 포크 가수 '유로 김철민'의 팬 카페였다. 통기타 음악을 좋아한다는 분모 아래 모인 뭇사람 중에 유난히 정이 갔고 그분의 글도 좋아했었다. 이후 한 걸음 한 걸음 문인의 길을 들어서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
20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