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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타인의 흔적/시가있는 언덕배기엔...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09. 3. 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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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시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빈자리가 차갑다

난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나타난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을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365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못하는 눈

육십 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사진 ... 원초님! 

낭독 ... 자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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