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빨래를 탁탁 털어널고 들어간 아내에게
방망이로 흠뻑 두들겨 맞은 날은
일수도장을 찍은 것처럼 후련하다
빨랫대가 그나마 중심을 잡아주었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접어진 허리며 정강이가
부러질 뻔 했다 용케도 죽지 않고
정신을 차려 세상을 보면 불똥처럼
외곽순환도로 위 차들이 거꾸로 붙어간다
그맘때쯤
겨울별도 내 늘어진 팔뚝에서 목 솔기에서
오색영롱한 빛으로 뜬다
늘어진 전선들이 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기타 구멍처럼 후미진 이곳에선
일 다녀온 아내들에게 매일 밤 얻어맞는
일 없는 남자들이 나처럼 빨래줄에 얹혀져
궁시렁 궁시렁 달을 한 잔씩 비운다
옥탑방까지 무단으로 올라온
빈 은행나무 가지들이
바람부는 대로 달의 표면을 쓸고 있다
쓸어갈 것도 쓸려가는 것도 모두 초라한
달의 뒤편에 기울었던 해는 뜰까
새벽밥 지으러 아내 쪽문열고 나올 때까지
양팔뚝에 고드름 차고 뜬 눈으로 밤을 샌다
쥐새끼 한 마리 못 지나가도록 말이다.
사진...봄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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