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1955~ )
미처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내 적막의 발 아래 천 길로 떨어지는 나락을 조용히 지탱해 준 당신이 있었음을 철 이른 젊음을 기꺼이 내 곁에서 소진해 준 당신 덕분에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날들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날아올라도 좋을 몸을 한 장의 낙엽으로 떨어져 준 당신의 인내 덕분에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수많은 저녁이 밤을 건너고 아침을 맞습니다 미처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내 적막의 절반을 말없이 지고 있었던 당신을 당신 생의 전부를 털어 감당하는 이 동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