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뾰족 구두로 똑, 똑 소리 나게 걸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발 굽이 낮아진다
그저 높낮이 없이 바닥이 평평하고
언제 끌고 나가도 군말 없이 따라 오는
편안한 신발이 좋다.
내가 콕,콕 땅을 후비며 걸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헤지게 했는지
또닥거리며 걸었을 때,
또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가슴 저리게 울렸을지
굽을 낮추면서 알겠다.
신발이 닳아 저절로 익숙해진 낮은 굽은
굽 높은 신발이 얼마나 끄덕 거리면서
흔들흔들 살아가는지 말해준다.
이제 나는
온들 간들 소리 없고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햐얀 고무신이고 싶다.
어쩌다 작은 발이 잠깐 다녀올 때 쏘옥 신을 수 있고
큰 발이 꺾어 신어도 이내 제자리로 돌아오는,
나는 굽이 없는 신발이다.
문 차 숙
- 시집 『나는 굽 없는 신발이다』(2010. 문학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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