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다음카페 " 안중18회 동기회"에서 퍼온글입니다
(안강중학교.18회 동기회)
딸기밭이란 제목으로 쓴 홍문식 선배님의 글입니다.
제 블벗님중 죽도선생님이 늘 궁금해하시던 아리랑포도원을 검색하다가 만난 글인데..
저역시도 고향의 향기가 느껴져서 슬그머니 퍼온글이지요.
댓글중에 60이면 한창이란걸 미루어보면
저보다는 살짜쿵 선배이시고 저희 작은오빠 후배님이시니 훔쳐와도 용서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식사를 마친후 후식으로 나온 딸기를 먹다가 문득 옛날생각이 났다.
우리가 어릴 때는 변변한 먹거리도 없었고 레저문화도 빈약한 시절이라 철 마다 나는 과일밭으로 과일을 먹으러 가는 것이 처녀총각들의 데이트코스였었지.
우리 고향 안강에는 유명한 곳이 많았다.
칠평천 건너 건냇골에는 '아리랑 포도원'이 있어 우리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그 명성이 인근 포항, 경주는 물론이고 멀리 대구까지도 알려져 8월 중순이면 곱게 차려 입은 선남, 선녀들이 무수히도 다녀갔다.
포도원 입구는 대문에서 부터 안으로 2∼3십미터를 줄장미로 터널을 만들었고 포도밭 안에 육각정인지 팔각정인지 기억이 희미하다만 쉴수있는 원두막도 있고 어쨌던 명성에 걸맞게 경치도 좋고 포도맛도 좋았다.
돌아가는 사람들은 여름날 뜨거운 햇볕을 피해 한손엔 양산을 받쳐들고 한손엔 포도가 가득 담긴 대나무 바구니를 들고 얼굴에 구슬같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표정은 얼마나 밝은지...
조그만 것에도 행복해 할 줄 아는 그 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 쯤에는 갑산리에 딸기밭이 하나둘 생기더니 금새 인근에서 유명한 곳이 되버렸다.
5월 중순부터 시작한 딸기철은 6월 현충일까지 한 이십여일간 갑산리 촌 구석을 온통 도회지를 방불케 했고 이 열기는 내가 군입대를 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제대를 하고 나오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조용하더라.
인근에 딸기밭도 많이 생기고 수송 수단과 저장 시설의 발달로 과수원의 인기가 시들해 진 탓이겠지 하지만 제철에 나는 싱싱한 과일을 밭에서 먹는 재미는 참 좋았다.
그때 밭에 가면 딸기는 판매단위를 관으로 해서 1관이면 4명 정도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소쿠리에 담아주는 딸기를 모래흙을 씻은후 꼭지를 떼 양푼이에 담고 설탕을 듬뿍 뿌린다. 설탕이 고루 썪이도록 흔든다.
여기까지는 기본 코스, 여자들이나 아이들이면 이렇게 해서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
하지만 남자들이 끼면 여기에다 소주를 두세병 붓고 소주병으로 딸기를 으깨어서 딸기 화채를 만든 다음 숟가락으로 떠 먹으면 소주맛은 달아나고 시큼 달큼한 맛이 좀체 숟가락을 놓기가 힘든다.
양푼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는 달콤한 맛이 입맛을 당겼는데 숟가락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면 다리가 휘청한다.
본래 술인란 건 같은 양이라도 잔으로 마시는 것과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은 차이가 많이 나거던..
취기가 오르면 야외전축 틀어놓고 상하이트위스트 한번 추고 젓가락으로 상다리 한번 두들기고 나면 봄날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른다.
30여년 전, 군에 입대하던 그해 봄인가?
늦은 오후에 상태랑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딸기밭에 갔다. 제일 안쪽에 있는 집에서 딸기를 먹고 나오는데, 그날 따라 중간에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권하는 술을 받아먹고 나오기를 얼마나 했는지 나중에는 도저히 자전거를 탈 수도 없고 끌 수도 없어서 뚝길에 세워 놓고 보리밭에서 한잠을 자고 왔던 일이 있었다.
5월 말이면 보리가 누렇게 익어었는데 옛날 시골에는 남녀가 데이트할 곳이 없어 보리밭을 곧장 이용한다고 하더니 실감이 났다.
보리밭 하면 먼저 까끄럽다는 생각이 났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고 포근함이 안성맞춤이더라고
하지만 요사히는 보리밭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 없으니 예전 것이 되고 지금은 할 수가 없으니 추억이 되는 거겠지
덫....
바라다보이는 아파트앞에 방천둑엔
베롱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져 있어서 꽃이피면 더 없이 아름다운곳
왼쪽으로 좀더 올라가면 엄니집 아파트이고
맞은편..
이 다리안쪽 마을은 곤실(근계2리) 아부지 산소와 문중산 문중정자가 있는곳이다
오른쪽은 건넷골(근계3리)
왼쪽은 가마실(근계1리) 그 윗쪽으론 풍산금속이있다.
안강은 구강서원 옥산서원 흥덕왕릉이 있고 가까이 양동 민속마을도 있다.
포항과 경주가 인접해있어 바다와 평야를 고루 갖춘셈이다.
나이테가 더해갈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는 더해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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