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시인님에게

2022. 5. 18. 05:53타인의 흔적/너와 나의 간이역엔...

 보고 싶은 시인님에게
 
  창문 너머 초록으로 물든 숲이 싱그럽기만 합니다. 이파리들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춤을 춥니다. 한가로운 오후, 문득 시인님 생각에 편지를 씁니다. 우리의 만남은 서정문학 카페에서 시작이 되었지요. 서로의 글을 읽고 댓글을 주고받으며 어느 순간 마음이 통했던 것 같아요.
 
  며칠 전, 시인님이 보낸 카페 쪽지에 심쿵했습니다. 감성이 무뎌지는 나이에 이성도 아닌 동성에게 설레는 저 자신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지요. 바로 전화 연결이 되었지만 저녁상을 차려야 했기에 금방 끊었어요.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이삼 일후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느낌 좋은 시인님
 우리는 둘 다 여유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긴 통화로 이어졌지요. 스스로도 깜짝 놀랐습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시인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어요. 오랜 친구하고도 대화 중간에 할 말을 잃기도 하거든요. 문학이라는 공통 화제에 서정 식구라는 동질감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시인님과 나이도 한 살 차이여서 친구하자고 했지요. 수채화를 좋아하는 거며 심지어 동갑 남편하고 산다는 것까지 공통점이 많았습니다. 시인님은 시로 등단했지만 수필을 좋아한다고 했지요. 저 또한 수필을 쓰고 있지만 시를 좋아한답니다.
 
  보고 싶은 시인님, 머지않아 등단식 날이 다가옵니다. 멀리서 시인님 오걸랑 꽃다발 안고 달려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우리의 만남을 시샘이라도 하듯 일이 생겼네요. 어제 청첩장이 날라 왔습니다. 고향친구 아들이 그날 결혼을 한다는군요. 아쉽기만 합니다. 시인님이 저를 보고 싶어 하듯이 저도 궁금하고 보고 싶습니다.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시인님
  우리의 만남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연락 주는 걸 보면 저보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분 같아요. 저는 인간관계를 소중히 여기지만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님에게는 왠지 마음이 끌리네요. 이번에 못 만나더라도 간간히 소식 주고받으며 지냈으면 합니다. 그러다보면 얼굴 볼 날도 있겠지요. 늘 건강과 행운 빕니다.
 
      2022년 5월 17일 오후에
           심재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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