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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곶에서 바다를보다

타인의 흔적/너와 나의 간이역엔...

by 비닮은수채화 2009. 11. 27.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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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것 있으면 다 버리라고
그 무엇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꼬깃꼬깃 접어 둔 내게
저 바다는 아우성 친다
돌아가라 돌아가라고
살아서 욕심 부린 몸놀림 따위
이제는 그만 저 언덕 위
해풍에 길들여진
낮은 무덤처럼 누우라고
바위를 치던 파도가
내 뺨을 후려치고 있었다

 

 

 
한 사내가 소주를 병째로 들이마시며
바닷가 방파제에 주저앉아 있다
소복차림의 젊은 여자가
간절곶 바다 귀퉁이에다 뼛가루를 뿌린다
하나의 생명을 거두면서
바다는 꺼이꺼이 울음 토하고 있다
사내보다 더 서럽게 울고 있다
내 사랑아 나 또한 모든 것 남겨두고
예고도 없이 저리 떠나갈 날 있으리

 

 

 

예순이 훨씬 넘었음직한 늙은 해녀가
방금 따 온 듯한 돌미역과 소라 고동을
빠진 앞니보다 더 엉성하게 풀어 놓고
사가라고 손짓을 했다
물 밑 세월이 땅 위의 세월과 같았음일까
늙은 해녀의 고단함을 대신해
바다는 잠시 누운 채 말이 없다
노파의 주름진 이마와 저 수평선 사이에서
여지껏 본 적 없는 말간 해 하나 돋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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