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여명의 우포에서

타인의 흔적/너와 나의 간이역엔...

by 비닮은수채화 2009. 10. 1. 01:06

본문

 

 

 

 

 



가을의 노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는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 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 거라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 자의 눈에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사자들의 말은 모두 시가 되고
멀리 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를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라는 말 속에 있다


시/김대규, 낭송/김미숙

 

 

 

 


'타인의 흔적 > 너와 나의 간이역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밤에 쓰는 편지  (0) 2009.11.22
가을, 거기엔...  (0) 2009.11.04
秋想  (0) 2009.09.27
또 그렇게 생이여  (0) 2009.08.15
4월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   (0) 2009.04.29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