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장을 버리고/ 박찬
장식장을 버렸습니다.
떨어져 덜컥이는 문짝을 청테이프로 길게 입막음하고 동사무소에 들러 오천 원짜리 스티커를 사 왔습니다.
저승길 노잣돈치곤 값싼 그 몸값이 안쓰러워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한참을 그와의 이별에 매달립니다.
모서리를 밀치고 튀어나온 못이 허리를 꺾어 작별을 고합니다. 아내와 함께 시집와 십 여년,
그 사이 고장난 어깨가 삐걱거립니다. 긁히고 벗겨져나간 살점들과 아이들의 낙서 자국,
더 이상 채울 수 없는 몸은 뼈대만 앙상히 늙어갑니다. 그 안에 담아두었던 신혼의 이야기며 육아일기며 단란했던 한 가족의 앨범들.
그리움을 이야기하며 많은 날들을 지탱해온 가슴에 아쉬움이 복받쳐 오르고,
돌아오는 길 모처럼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넣었습니다.
당신의 신경통은 다 나았다 걱정마라 하시며 혼자 있는 자식 걱정에 마음 졸이시는 어머니.
밥은 제때 챙겨 먹는지 빨래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미국에 있는 아이들과 애 엄마는 잘 지내는지….
비워지지 않는 어머니의 걱정에 할 말 다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습관처럼 올려다보는 하늘.
아메리카로 가는 비행기의 불빛이 희미하게 반짝입니다.
- 2010 한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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