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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손길 아니면 내 맘 속에 피지 못합니다

타인의 흔적/너와 나의 간이역엔...

by 비닮은수채화 2009. 4. 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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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나무 밑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위도 아래도
무거움도 가벼움도
그 곳에는 없습니다

 

 

<오늘의 뒷동산>

내일이면 이미 달라져 있을
살아있는 시간입니다

이렇게
잠시 잠깐으로 나누어
사물을 바라보아야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랑초>

온 몸이 눈이고 귀이며
또한 기다림 입니다

꽃집에서
아저씨가 사랑초 구근 하나
흙속에 묻어주었습니다

가냘프기 짝이없던 그 새 순
시간 따라 펴고 오므리더니

어미 기다리는 새끼 제비마냥
창을 향해

빛에게 한눈팔지 않습니다

그렇게 지금
그는
사랑학 특강 중입니다 

 



<동백꽃>

소설가 누구는
억장이 무너져
저 동백 앞에 털썩 주저앉았던 모양인데

나도
그러고 있는데

투신하듯
산 채로 몸을 날려
무릎위로 안겨드는 검붉은 정념


일생을 붉음으로만 사는

너만 보면 죄를 짓고
네가 없을 땐 홀로 죄인이 된다

한없이
투명으로 환원되어져 가는
노란 노랑색 꽃술 

  


<사람에게>

지천에 널린 토끼풀도
당신의 손길 아니면
내 맘 속에 피지 못합니다

  

 

<수련이 핀 연못가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숲길을 돌며

아무 말을 안해도
말보다 더 많이 고개가 끄덕여지는
알맞은 보폭을 찾아내고


그러다가

수련이 핀 연못
바라보고 있었더랬는데

바라봄의 길이도 얼마나여야 하는지
물 속으로 이어져 간
긴 수련의 모가지에서 보았고
연못이 연못으로 끝나지 않고
땅속 깊은 늪지와 하늘과의 통로를 열듯

수련은 그런 뜻으로 피어나는 것 같았지요

인간이 인간의 한계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낮은 목소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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