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 신발처럼
통리 연습실 창가에 스며든 비에 젖은 채
눅눅해진 책 한 권이 유난히 눈에 띄길래 들여다봤더니, 정호승 산문집이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랬던가?
슬쩍해서 가져다가
틈만 나면 침대 위에서
화장실에서 읽고 또 읽어...
이젠 눅눅한 내음 위에 내 손때가 더 묻은듯하다.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드린 것도 없는데, 머지않아 세상을 하직할 그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가 바로 위에 '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이다.
365일 부모를 생각하며 섬겨야 할 것이지만..
오월이 다가올수록 시시때때로 그립다.
아파트 저 너머 산마루엔 맑은 물로 갓 헹궈낸 듯 초록 물결이 싱그럽다.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가루가 더욱더 찬란하다.
문득 엄마 목소리가 듣고파서 전화를 했더니..
신호음만 들릴뿐...
어느새 들에 나가셨나 보다.
마지막 농사라고 하시면서 몇 해가 흘러간다.
다섯 손가락에서 네 손가락으로..
그 네 손가락에게 손수 농사지어 쌀이라도 보내주고픈 부모님의 마음!
유년시절 절절히 미워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향한 미움이 지워지진 않겠지만
연 한빛으로 퇴색될 만큼 정말이지 잘해드리고 싶다..
미처 퇴색되기 전
돌아가실까 조바심이 바삭바삭
생 가슴앓이를 만든다..
뽀야는 지금... (0) | 2009.05.04 |
---|---|
살큼 다가서는 오월엔... (0) | 2009.04.30 |
길 잃은 사슴... (0) | 2009.04.22 |
울엄마...아부지! (0) | 2009.04.11 |
도 파 라? (0) | 2009.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