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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위한 자장가...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09. 4. 27.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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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 신발처럼

 

 

 

통리 연습실 창가에 스며든 비에 젖은 채

눅눅해진 책 한 권이 유난히 눈에 띄길래 들여다봤더니, 정호승 산문집이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랬던가?

슬쩍해서 가져다가

틈만 나면 침대 위에서

화장실에서 읽고 또 읽어...

이젠 눅눅한 내음 위에 내 손때가 더 묻은듯하다.

 

어머니에게 아무것도 해드린 것도 없는데, 머지않아 세상을 하직할 그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가 바로 위에 '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이다.

 

365일 부모를 생각하며 섬겨야 할 것이지만..

오월이 다가올수록 시시때때로 그립다.

 

아파트 저 너머 산마루엔 맑은 물로 갓  헹궈낸 듯 초록 물결이 싱그럽다.

그 위로 쏟아지는 햇살 가루가 더욱더 찬란하다.

 

문득 엄마 목소리가 듣고파서 전화를 했더니..

신호음만 들릴뿐...

어느새 들에 나가셨나 보다.

마지막 농사라고 하시면서 몇 해가 흘러간다.

다섯 손가락에서 네 손가락으로..

그 네 손가락에게 손수 농사지어 쌀이라도 보내주고픈 부모님의 마음!

유년시절 절절히 미워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를 향한 미움이 지워지진 않겠지만

연 한빛으로 퇴색될 만큼 정말이지 잘해드리고 싶다..

미처 퇴색되기 전

돌아가실까 조바심이 바삭바삭

생 가슴앓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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