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생활이 녹녹지는 않지만
아주 가끔은 왠지 정이 가는 이가 있으면 뭐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다.
하나 선물이란 게 받는 이에게 맞을지 어쩔지 그것 또한 고민인 거 같다.
그래서 팬이기도 하지만
음악 선물은 어떨까 싶어서
음유시인 유로님의 cd를 몇 분에게 보내드렸다.
친분으로 잘 아는 이에게 하는 것이 아닌지라 주소 묻기도 여간 조심스럽지 않은 반면에
살포시 놀라면서도 참 고마워하시고 행복해하신다.
그 행복이 몇 배로 부풀어서 내게로 와주니 ,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음악이 취향에 맞을까? 혹 안 맞으시면 주시고픈 분에게 선물하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선물이 전해진 이후엔 어차피 내 것이 아닌 받으시는 분의 것이므로..
며칠 전
방명록에 낯익은 그니가 긴 글을 남겼다.
10년 지기 친구가 감귤밭을 하는데...
돈 주고 산 것 절대 아니고 파지를 가져다주는데.. 보긴 그래도 참 맛나다고
부담스럽다고 안 받을걸 염려해서 구구절절 그 살가운 맘을 실어 글에 담아두었다.
몇 번을 읽어보곤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서 주소랑 핸드폰을 남겼더니,
이내 감귤 한 박스가 택배로 날아왔다.
세상에 태어나 사 먹어본 감귤 중에 젤 맛나고
그 새콤달콤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글을 쓰면서도 입안 가득 침이 고인다..
쬽쬽~`!
누룽지 사 먹고 있는데 너무 구수하고 맛나다고 보내주신다는 분
시인이면서 과수원 하시는 분은 감귤을...
어느 분은 좋아하는 시집을..
식사를 꼭 대접하고 싶다는 분
술을 꼭 한잔 사드리고 싶다는 분..
모두 모두 거절했지만...
누룽지 보다 더 구수한 그분의 글을 읽으며 ,
잃었던 무공해 웃음도 되찾게 되었고,
정품 감귤보다 더 맛난 파지의 맛을 볼이 터지도록 먹고 있으니 제주의 향기가 거실에 가득가득 떠다니고,
시집보다 더 맑고 고운 그분의 사고를 느낄 수 있는 둥지를 드나들며
정화되지 못한 나를 일깨울 수 있으니...
참 행복이 바로 이 것이 아닐는지...
쓸쓸하고 허허로울 거 같은 이 가을날에...
채화는 그대들이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고 꼭꼭 전해주고 싶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