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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09. 10.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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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지기 경희 언니네 갈 적엔

가끔 시골버스를 이용한다.

아직도 이런 변두리 시골버스가 있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다.

언젠가 tv에서 본 0번 버스가 생각난다.

그리고 기차 통학하던 시절 비둘기호가 살짝 그리워지곤 한다.

그날따라 기사 아저씨가 초보인지 동네 이름도 생소하고 요금도 파악이 안 되어서

손님만 오르면 차를 마냥 세워놓고 차비 계산에 여념이 없다.

어디서 뭘 하다 여의치 않아서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사는 게 녹록지 않은 이즘이라 괜한 생각마저 들었다.

 

이주일만에 첨 쉬는 일요일이라 마냥 이불속에서 x레이 찍고 싶지만

사업부도로 한없이 어깨가 처진 작은 오라버니 생각에 옻닭이라도 고아서 팔공산에 바람 쇠러 가자고 할 참이었다.

 

수세미 하나 뚝 따서 넣고

마늘 듬뿍 넣고 대추 밤 도라지 오가피 헛개나무...

미리 언니가 닭집에서 살아있는 닭을 장만해서 옻 넣고 매실밭 마당에서 불을 지피고 있었다.

 

 

 

 

이것저것 챙겨주려는 언니를 따라나서는데...

난 요게 젤 재밌다.

어디서 구했는지...

마당 파라솔 아래 앉아 있어도 저 뽈록 거울만 보면 누가 오는지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상추가 너무 맛나게 보인다..

상추 쑥갓 고추 파 가지 무 제법 알이 꼭 찬 배추며 조롱박...

작은 오라버니네랑 두 보따리 챙겨서 돌아서는데 석류나무가 눈에 띄었다.

형부가 내게 귀속말을 해온다.

언니가 형부보고 혼자 따먹어라 했다고...

 

 

 

 

 

 

몇알 쥐어준 석류는 집에 가서

빨갛게 석류주 담아야지 해놓고는

오라버니 차 트렁크에 이것저것 챙겨 넣은 보따리를 그대로 내버린 채

털레털레 몸만 와버린 것이다.

어쩐지 자꾸만 허전하더라니...

 

 

 

어찌 되었건

가을 옷을 한껏 어여쁘게 차려입은 팔공산 자락에 안겨서

코펠에 옻닭 데워먹으며 낫술이 시작되고..

축 처진 어깨에 웃음마저 잃었던 울 오라버니는 연방 벙싯벙싯 웃는다...

안쓰런맘에 짠해지지만..

이즘 힘들지 않은이 누가 또 있으랴...

이리 웃고 지나다 보면

좋은 날도 오겠지...

 

그리곤

거기서 딱 끊어야 할 것을...

기어이 대구까지 끌고 가서 밤까지 이어졌으니...

아직도 온몸이 녹초가 되어 녹아든다..

그래도... 맘만은 개운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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