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가을비가 내렸나 보다.
큰길가에 듬성듬성 물 웅덩이가 찰박이는걸 보면,
쌀쌀해진 새벽 산보길에 자꾸만 조그맣게 움츠러든다.
드나드는 골목 옆 가로수에 새들의 지저귐이 유난히 맑은곳이 있다
나름 저들의 아지트인지
가로등 불빛에 눈을 찡그리며 올려다보아도 새들은 보이지 않고
보석을 부비는 듯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가던 걸음을 항상 멈추게 한다.
시월의 마지막 밤에 가을비마저 촉촉이 내려
느낌이 매우 산뜻하다
문득
비 내리는 어느 날 거리를 걷다가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날 즈음
나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처마 끝에 서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게리 무어 곡이다.
무슨 역마살인지 수도 없이 이사를 했고
부산 어느 기찻길 옆 달동네 살 적까지 그 지지거리던 LP판을 가지고 있었는데...
동네 뒤로 제법 큰 도로가 나고 아파트가 들어서고
그럴싸한 주택단지들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쪼그리고 살았던 우린 허릴 조금 펴고 새로 생긴 동네로 이사를 했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때 이삿짐 정리하면서 없어진 듯...
시간이 흐를수록 어쩜 그리 소중한 것들만 버리며 살아온것인지...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낡은 턴테이블 위에 바늘을 올려두고서 무수한 잡음과
톡톡 거리며 튀던 그 LP판이 무지 그리워진다.
음악을 들으며 나름 나래를 펴든 게리무어는
불독처럼 찍힌 쟈켓 사진을 보면서 슬몃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그맘 사라지고 그만의 음색에 빠져들게 하는 묘한 일렁임이 있었다.
세월은 자꾸만 흘러가고
나는 거슬러 뒷걸음질 치는 거 같다.
cd보담 그윽함이 감도는 LP판이 자꾸만 그리운 걸 보면...
그나저나
역마살이 또 시작된건지
여기 이곳이 또 싫증이난다.
방황하는 나를 작은 오라비가 사는 대구에다 붙여다준 그이 덕분에
차 뒷꽁무니에 부산 넘버만 보아도 눈물이 찔끔거리던 내가 구미에 와 살다 보니...
어쩜 그리도 그렇게도 삭막하던 대구 보담 더 불편하고 답답하던지..
꽤 몇 년을 잘 버텼는데 이대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난쥬 늙으면 꼭 가서 살고팠던 영월 계곡이나... 바다가 있는 부산이나...
아무튼 어디론가 멀리 벗어나고 싶다..
허나
단봇짐 하나 옆구리 차고 홀연히 떠날 수 없는 이 현실이 나를 슬프게한다
목련의 꿈...그리고 기도! (0) | 2009.12.20 |
---|---|
파지의 달콤함....그리고 (0) | 2009.11.06 |
나들이... (0) | 2009.10.28 |
폴폴~~~~` (0) | 2009.10.10 |
이별아닌 이별... (0) | 2009.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