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줄에 걸려 있던 구름들이 저의 옷들을 걷어 입고 떠나가고 오후 세시를 지나 저녁 여섯시의 골목을 지나 태양이 담벼락에 걸려 있던 햇빛들마저 모두 거두어가버린 어스름 저녁 그 집은 어디로 갔을까 지붕은, 굴뚝은, 다락방에 모여 쑥덕거리던 별들과 어머니의 슬픔이 묻은 부엌은 흘러 어느 하늘을 어루만지고 있을까 뒷짐을 지고 할머니가 걸어간 달 속에도 장독대가 있었다 달빛에 그리움들이 발효되어 내려올 때마다 장맛 모두 퍼가고 남은 빈 장독처럼 웅웅 내 몸의 적막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