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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지의 하루...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10. 5. 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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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칠비칠 거울앞에 서 보았다.

밤새 된통 앓고 난 이후라 창백한 낮달처럼 둥실 얼굴 하나가 떠오른다.

온몸이 걸레조각처럼 너덜거린다.

사는건 늘 이렇게 동그라미를 그려간다. 하나를 채우고...또 다시 살아내고 또하나를 채우고..

엄마 아부지의 다섯손가락은 이빨빠진 동그라미처럼 네 손가락이 되어

아부지 팔순잔치를 해드렸다.

환갑이나 칠순은 그때마다 편찮으시거나 집안일이 생겨 이제사 첨으로 차려 드리는게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참으로 불효인것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나마 돌아 가시기전에 차려 드릴수 있는건 얼마나 다행인것인가..너무나 소박해서 죄송하지만 ...

노환과 천식으로 깃털처럼 가벼워지신 아버지를 당신집에서 손수 차려 드려야 마땅하나

우선은 가까운 경주 봉계한우마을에 숯불갈비집을 하시는 이모님댁에서 상을 차려 드리고 보문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대명리조트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준비해간 음식들로 상을 차리고 이모님표 잡채와 육회 한접시도 놓고...

큰올케가 섭외?해 모셔온 사진작가님께 멋진 사진을 부탁드려 두고 외사촌의 사회로 나름 식순을 정해 아주아주 조촐하게 해나갔다.

외동이면서 큰댁으로 양자를 드신 아부지는 그래서 늘 외로우신분이시다.

그래서 초대손님이래야 서너번의 다리 수술로 불편하신 외삼촌과 외숙모...

그리고 울산에 외사촌 부부와 동생들이 고작이다.

뭐 그러면 어떤가~ 오늘 하루만이래두 우리 형제가 모여 얼굴 볼  수 있고 , 엄마 아부지 주름진 얼굴에 가난한 웃음이지만 미소를 피워낼 수 있는면 그 하나로도 족하다.

사진작가님의 의도와 우리들의 바램으로 엄마가 아부지 팔짱도 끼어보고...

울 형제들이 부모님께 감사의 술잔을 드릴 수 있어 행복했다.

거북이 등짝같은 손과 마른등걸 같은 아부지는 이내 자꾸만 누워 계시려하고

사르르 녹는 육회와 암소숯불고기로 배를 채운 무리들은 옆건물에 이모네 여관 지하에 노래방으로 내달렸다.

연극이 끝난 빈 무대의 쓸쓸함... 소란함 뒤의 고적함은 이내 노인네들 몫이 되어버린다....  그 안타까움이 못견디게 싫어서

손발이 오그라드는 초절정 알랑방9로 아부지를 설득해보앗다..

아부지 이모네 여관에 잠깐만 누워 계실 수 있냐고..

한사코 리조트에 가서 맘 푹놓고 계시고 싶다고 하신다..그럼 또 누군가가 모셔 가야 하고 홀로 계신거 보고 올 수 없어 맘아프고 곁에 계셔드려야 하고..

그렇게 또 하나의 핀이 빠져 버리게 된다.

아...천성적으로 되지도 않는 초절정 필살기 눈물나는 애교작전으로 들어갔다..

아부지 ...한번만 노래방에 같이 가시면 안되냐고...

숨이 차고 가슴이 벌렁거려서 안된다고 목에 칙칙 뿌리는거도 해야되고 ... 자꾸만 손사래를 치신다.

또 내가 누군가..하나빡에 안남은 양념딸 아닌가..

약 가방 들고 갈테니까 제발 우리들 노래도 들어보고 춤추는거도 보고 ... 한번만 함께 해달라꼬..

흐흐 그 살벌한 애교가 통했던지.. 아부지가 딸래미한테 지셨다..

큰 옵빠야 작은 옵빠야..며눌들까지 살짝 맛이 갈정도로 난리불쑤...

아부지가 가신단 말씀 나오지 않게끔 쏘주도 틈틈이 드려 가면서 씨레빠 파들의 광란의 밤은 깊어만갔다..

씨레빠 파....갈비집 씨레파신고 노래방으로 몰려갔으니..ㅎㅎ

그마저 씨레빠도 벗어 던져 버리고 몸바쳐 놀던 채화는 그 밤...

태어나 첨으로 울아부지의 노래도 들어보고...

그렇게 환하게 웃으시는 아부지를 첨 보았다..똑딱이에 노래부르시는 아부지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큰옵빠야가 멜로 꼭 보내달라고 아부지보담 더 환하게 들뜬 목소리로 내도록 몇번을 부탁을 한다..

어느 자리에서건 자신의 몫을 하고 살아야하는 우리네 삶...

가난한 농가의 맏아들로서 말 못할 고충도 많았으리라..

그 순간만큼은 어깨에 짐들을 내려 놓은거 같은 큰옵빠를 보면서 목젖이 뭉건히 아파옴을 느꼈다.

이제 엄마 순서이다...하.하.하.

천식으로 마른풀같은 아부지도 노래하셨는데 엄마의 손사래질에 지칠 우리가 아닌것이다..

울아부지야 신성일보담 잘생긴 얼굴에다  멋드러진 노래솜씨로  웃동네 아랫동네 뭇 아줌니들의 오줌을 잴금사게 했다는 후문이 있는맡큼...이지만,

울엄마의 한박자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완벽하게 소화시켜 버리는 노래로 하여금..

울아부지..ㅎㅎ유종의 미...! 멋진 마무리를 지어버린 울엄마때문에 살짜기 아쉬운 모냥이시다.

모든이의 시선과 찬사가 아부지에게 갔다가 엄마한테 쏠려버린것이다..

그런데 오늘이 어떤 날인가...아부지 날이지 않은가...ㅋㅋ

 

날싸가 화창해서 리조트 풀장에 아이들이 몰려가 덤펑그리지도 못하고

자전거 타기도 못해 아쉬움이 많았지만...

밤새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했던 쏘주파뤼도 좋았고

이른 아침에 바라본  비 내리는 보문호수는 그림처럼 아름다웠다...저만치 물색고운 산자락에 안개가 피어 오르는 풍경은 아마도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거 같다.

식탁에 부모님과 큰오빠 아침상을 봐드리고...

우린 맨방바닥에 소풍온거처럼 뺑 둘러앉아 아침을 먹었다..

식탁에 앉은 옵빠가 보더니, 왠지 그리 먹고있는게 더 맛나 보인다고 한다..

 

설가는 큰옵빠 대구가는 작은옵빠 보내고...

막둥이와 채화는 남은 짐 정리해 부모님 모시고 집으로 모셔와 노릇하니 삼겹살 구워 뒷풀이를 했다..

채마밭에 상추와 깻잎을 뜯고 빗소리를 들으며 소주 한잔 곁들여 마침표를 찍었다.

엄마는 괜시리 쑥떡 곰방먹어 배부르다며 고기를 굽고...

아부지는 애기처럼 빨리 안구워진다고 조바심치시고...울아이와 동생네 머스마 둘까지..고기귀신?들과 함께 먹으니..

목구녕에서 살살 녹는다 녹아...

제대로 안방에서 궁디 붙혀보지도 못하고 짐정리해놓고 돌아오려니...

발길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얼마전 동생네에서 만난 울엄마 ... 몇계단 못내려서서 어두운 화단앞에 우두커니 혼자 서 있던 울엄마가

손수 논둑밭둑을 몇날며칠 쑥을 뜯어 쑥떡을 만드셨다.

후...........우 절로 한숨이 나온다.

엄마란

아부지란..

그 커다란 우주보다 크고 넓은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본다..

도깨비처럼 떠들다 간 빈 자리에 다시 또 오두마니 두분만 계시겠지...

빈둥지...

언제고 찾아들 자식들을 기다리며 맘의 온기를 지펴 데워 놓으시고

긴 기다림으로 또 하루를 열어가시겠지..

사랑합니다...엄마 아부지...

더 이상은 더 아푸지 말고...옆에만 계셔주시기를...이 시간 두손 모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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