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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ᆢ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0. 12. 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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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이나 될까
어설픈 내 에너지를 온통 아들에게 쏟고
회사 눈치까지 보느라
지치고 지친 나머지
엄니에게 마저 긴 날들을 소원해져 있음을
블벗님이신 열무김치님의 어느 노모 이야기를
글로 읽고서 돌이켜보니
어느 봄날인가 바닷가로 놀러 간 거 외엔
가 뵙지 못했음을 알고
늦게나마 고향엘 다녀왔다
늘 괜찮다 괜찮다고만 손사래 치시던 엄니는
따순밥과 국을 끓여 놓고는
창밖을 서성이고 계셨다
늦은 밤 도착해 담날이면 돌아와야 하는 내게
울 아들 결혼식에 쓰라고 꼬깃꼬깃 돈봉투를
쥐어 주셨다
한 달에 한 번씩 나오는 노령연금을
한 푼 두 푼 아끼고 아껴서
기어이 손에 꼭 쥐어 주시며
당신의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걱정하신다
거울 보듯 훗날에 내 노후도 이러할 테지 ᆢ
돌아서 오는 발걸음이 더디고 애잔하다

어제저녁나절
집 근처로 이사 온 동료가 안동 친정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김장김치 한 포기 전해준다고 내려오라 해서
내게 들려준 봉지에 김치랑 쌈배추 한 포기랑
꺼먼 봉지에 꼭 묶은 병이 있길래
들기름인가 하고 고데로 냉장고에 넣었더니
ㅎㅎ 김치 쭈욱 찢어서 밥에 걸쳐서 맛나게
먹으면서 소주 항꼬뿌하라고 넣어둔 거라
해서 입이 헤벌쭉 ᆢ
마당에서 바라본 보랏빛 하늘이 고와서 핸드폰에
담아봤는데 건물에 가려져 아숩다
자고 일어난 내 입가에 여전히 미소가 돋아있음을 ᆢ
소주 한빙이 이리도 좋을 일인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유영하는 정이
그리도 그리웠나 보다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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