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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0. 12. 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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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움 발로 내려선 어두운 포도 위로
겨울비가 내린다ㆍ
하나, 둘 켜지는 가로등 아래로
빗금 치는 빗방울들이 차갑게 느껴지는 건,
등 돌린 계절!
가을이 떠난 빈 가슴 때문이리라ㆍ
달력 한 장 없이 일 년을 살아내고,
이제 곧 학년이 바뀌게 된다ㆍ
딱히 달라질 것도
기대할 것도 없는 의미 없는 나날들 같지만
아침이 오면
또 하루를 시작하게 되겠지?
희끗하게 돋아 나온 새치머리에 염색도 해야겠고
가난해진 위장에
일용할 양식도 채워줘야겠는데
가만가만히 들려오는 빗소리가 좋은 나절이다ㆍ
햇살이 노닐다간
거실 바닥과 창가에 촉촉한 습이 스며든다ㆍ

숨죽인 티브이 화면에선
이전 인간극장이 방영되나 보다ㆍ
바닷가 갯바위에 김을 뜯어
햇살에 말려 두고
동백꽃 가지를 꺾어
화병에 꽂고
손님맞이 나가는 풍경이 그려진다 ㆍ
돌담이 참 따사롭게 느껴지는 어촌마을이다ㆍ

가끔은 타인이 살아가는 모습도
그런대로 볼만하다 ㆍ
글 쓰는 동안
간암을 이겨내고 고향으로 돌아와
94세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요양하며 투병생활을 하면서
또 현실적으론 자그만 민박을 하며
살아내려 애써는 모습에
여운이 쓸쓸해진다

지금쯤은 건강해져 잘 살아가길 바라는 맘이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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