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구정도 쓸쓸해져버린 시골 엄니 댁...
평범했던 일상들이 아득해지고, 그리움이 더 해지는 이즘이다.
엄니 거동이 불편해진 뒤부터
봉계 이모님이 늘 엄니 김장을 해드린다.
아등바등거리며 살아내는 내가 안쓰러운지 곁다리로 우리 집 김장까지 해주시는 터
이종사촌이 갖가지 밑반찬과 가마솥 곰국과 김장통을 들고 차곡차곡 쟁여 드리고 가니,
너무 고맙고 또 고맙다
이종사촌 재현이는 시한부 되어 살다가 천신만고끝에 다행히 뇌사자의 간 이식을 받고 제2의 인생을 찾은 터라
무건운 짐보따리 들고 오가는 게 미안하기 그지없고
외로운 엄니께 친구처럼 부모처럼 살뜰한 정 나눠주시는 천사표 울 이모님 덕분에
늘 감사하는 맘이다.
바람처럼 달려가 뵐 수없는 이즘이라
한사코 조심하며 또 조심하라고 시골 내려오는 것도 한 걱정을 하시길래
집에 오는 요양사에게 우선 먹을 량만 조금 택배로 보내줄 것을 부탁해보라고 했더니,
" 이런 무거운 건 못 들겠다.
김장김치 같은 건 택배가 안된다.
20킬로 넘으면 다시 들어서 와야 된다."
이렇게 말하면서 가버렸다고 한다.
베란다 창을 열면 아파트 마당이고 승용차가 있으니 뒤에 실으면
그 요양사 아파트 앞에 택배 삼실이 있다는데
거절당할 거란 생각을 못했던 나는,
김장 택배를 받고 나서야
버려진 스티로폼 상자를 구해서
김치냉장고 통을 꺼내지 못하고 한 포기씩 한포기씩 궁물 줄줄 흘리며일일이 옮겨 담아서
복도 끝까지 밀고 나가서 계단을 내려다 보고 한숨 돌리고 있는데
어느 고마운 분이 지나가다가 엄니 전동차에 실어 주시더란다.
아버지 살아계실 적 전동차는 탄탄하고 안정감이 있었지만 처분을 한터
쭈나랑 울 조카들이 조금씩 용돈을 모아서
가벼운 전동차를 새로 사드렸기 때문에 무거운 걸 실으며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데
택배 삼실까지 어떻게 가셨을까 싶은 게 울컥해지면서 화가 절로 났다.
일로 만난 사이지만
무려 7년을 엄니와 식구처럼 지냈고
타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 보담 매일 들여다 봐주고 말씀 들어드린다는 것에 미쁜 맘뿐이어서
큰 오라버니도 틈틈이 용돈을 찔러주고
나 역시도 고마움의 표시로 작은 정성을 보였었는데
어쩜 이리도 야멸차게 털어버릴 수 있을까
담날도 그 담날도 김장은 어찌했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해서
너른 맘 울 엄니도 무던히 속이 너무 상하셨던지 그만오라고 하셨단다.
더군다나 내가 사드린 청소기도 고장 내놓고 테프를 얼기설기 붙여 놓고서도 말 한마디 없더라는 것이 너무 괘씸하고
며칠 동안 속앓이로 잠을 설치기도 했었다.
구정 지나고 나면 요양사를 다시 들이던지 며칠 혼자 계시겠다는 엄니 말씀에
외출도 맘 놓고 할 수 없는 시절에
또다시 방에 홀로 갇혀버렸으니
이 모든 게 못난 나로 인한 것이란 생각에 답답한 맘 그지없었다.
면구스러운 맘에 한동안 연락도 못 드리다가
그제 연락드렸더니
70세 정도 요양사분이 새로 오셨다며
엄니 음색에 생기가 돋아났다.
집에 오면 상의를 벗어 ( 어르신 옷에 겹치면 안 된다고 꼭 따로 걸어두고
살갑기 그지없단다.
점점 거동이 불편해지신 엄니께서 생애 첨으로 생수를 사다 드시는데
그걸 보면서 직접 집에서 몸에 좋은 약초를 넣고 끓여다 드릴 테니 생수 그만 사라고 하고,
시레기 나물도 꼭 데쳐서 드시기 좋게 줄기 껍질을 일일이 벗겨서 드리고
집안 텃밭에 심은 소채들도 일일이 다듬어 먹기 좋게 해서 가져다주신다니
그 정성에 괜스레 목젖이 아려온다.
공연히 화근이 되었던 이 못난 딸은
이제사 두 다리 쭉 뻗고 맘 편하게 꿀잠 잘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오신 말동무와 서로 외로움 나누며 오래도록 울 엄니 의지가 되어주시길 바래본다.
오늘은 입춘 이브날이다.
바람 끝에 말랑거리는 봄물의 선율이 느껴진다.
봉긋해진 꽃망울들이 한껏 숨차듯 차올라
형형색색 꽃물 들이는 봄봄이 열리는 날...
가슴 가득 그리움처럼 다가서는
봄날은 또 이렇게 우리들 곁으로 찾아든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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