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국이 피었다.
꼭 보고 싶었는데...
한 가득 피었네.
장마철처럼
흐리고 잦은 비가 내린다.
우울해지기 쉬운 날들이지만,
꽃잎에 맺힌 빗방울이 맘을 토닥여준다.
지난 일요일!
고향 친구 아들 결혼식에 경주 갔다가
동무 동무 씨동무끼리 보문호수를 바라보며 추억 찾기 하다
그냥 헤어지기 섭섭해서
코로나를 피해 고향 엄니 댁과 가까운 친구 농막에서 허기진 맘을 달래며
오랜만에 맘껏 웃어본 하루였다.
방앗간 집 숙희네 복숭아밭에서 밤새워 놀 때 춤추다가 마당으로 나가떨어졌던 호우가
여전히 빵빵 위트를 날려주어 까르르까르르
고향 친구는 늘 고향 같은 너른 맘 들이다
이렇게 우린 늙어간다.
언젠가
전망대에서 내려와 둘레길을 걷다가
후다닥 소리에 놀라 쳐다보니,
고라니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미안했다.
헤칠 생각은 없었는데....
오늘도
아니, 어제도 그 길을 걷는데 저만치서 고라니 한 쌍이 길 건너려다
내 눈과 마주쳐서 한 마리는 건너고 또 한 마리는 건너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미안하고 아쉬운 맘으로 걷다가
그네를 타는 노부부를 보고는 나서기엔 방해가 될까 봐 뒷모습만 담아보았다.
너무 아름다운 모습에 멍하니 한동안 바라보았다.
나도 저렇게 곱게 나이 들어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