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눈을 뜨면
남쪽으로 난 베란다 창을 열고 심호흡을 한다.
저만치 산능성이를 안고 도는 안개가 자부룩하니 묘한 일렁임이 드누나.
여름 하늘은 설익은 가을느낌이다.
요즘 자주 하늘을 보게 된다.
무심코 바라본 저 구름은 폰카에 담아내지 못한 빛이 스며들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몽글몽글 솝트 아이스꾸림인가?
산림욕장 약수터 옆에
무성하던 푸른 잎이 지고 누르뎅뎅 보기 흉하더니,
어느새 꽃대를 올리고 피어 난 상사화!
꽃의 속내도 맘이 아플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플까?
주부 흉내...
갑자기 맘이 동해서 김치를 담기로 했다.
사실 늘 직장에 매달리느라
김장김치 얻어오면 일 년을 먹게 되고
언제 담아봤는지 기억이 아득하니, 학실히 야매 주부가 맞긴 맞아.
올해는 일찍 김장이 떨어지고, 홈쇼핑에 엔간히 광고해대는 김치를 샀는데
맛이 없어도 너무 없음...ㅡ,.ㅡ
오지게 오지게 맘먹고 배추 두 통을 사고 무 쪽파 당근 양파 생강 까나리액젓 멸치액젓
마늘은 찧어놓은 거 있고 찹쌀 씻어 밥을 지어 믹서기 갈고,
하다 보니, 부재료가 너무 많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두 시간 절이고, 뒤집고 또 두시간
세 번 씻어 물기 대충 빼고 승미 급해 꾹... 짜버림..ㅋㅋ
버물버물...
김치통은 큰데 쪼매밖에 안되네
겉잎 푸른 건 데쳐놓고 자투리 남은 건 남은 부재료와 양념으로 버물버물...
통깨 흩뿌리고, 먹어보니,
왠열? 맛있노? 이기 므선129???
아... 이럼 또 계속 담아 무야 되는데?
지난 일요일 며느라기 생일이라서
집으로 초대해 미역국이랑 요고 조고 해서 나름 거한? 한상을 차려주었다.
음식 할 땐 너무 더워서 이긴 믄 사서 고생이람... 쭝얼거렸는데,
어쩜 그리 맛나게 먹던지 맘이 너무너무 뿌듯했다.
남은 반찬 몽조리 봉다리 봉다리 마카 다 싸보냈다.
며느라기가
내 손톱에 봉숭아 물든인 거 보더니,
얼른 봉숭아꽃 따러 가자고 보챈다.
부디 첫눈 올 때까지 남아있어야 하는데....
오전엔 산으로 둘레길로 운동하고,
오후엔 3대 9년 만에 김치를 다 해 넣고
쭉쭉 찢어 포슬 한 고봉 밥숟갈 위에 턱 올려서 배꼽이 빵긋 웃도록 먹고서
아들&며느라기가 사다준 복숭아 베어 물고
흐르는 과즙을 츄르릅 마시며
노을 지는 창가에 다리 꼬불시고 앉아있으니 므 세상 부러울 게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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