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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담숙한 눈짓/남루한 수필 흔적...

by 비닮은수채화 2021. 9. 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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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린 거실 소파에 파 묻혀

길 건너 아파트 창문을 바라보니,

하나 둘 불이 켜진다.

따스하다.

노을이 지고 까무룩 해지면

어느새 스산해지는 것이 계절의 변화가 실감이 나는 듯..

건너편 베란다에 켜진 주황 등 불빛을 한참 바라보다가

그 옛날의 어설프기 짝이 없던 내 자취방이 생각이 났다.

하고 싶은 공부가 있었지만,

가난한 농가에 비비고 있어 봐도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닌지라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생의 첫 알바를 시작했다.

핀 보이가 넘어진 핀을 세팅 기계에 올려주던 그 옛날 볼링장에

라인마다 앉아서 점수 계산을 해주던..

근무시간 때문에 집에서 출퇴근이 되지 않았기에 쾌재를 부르며 시작한 자취생활

그해 겨울은 또 왜 그리 추웠던지..

잠깐 돈을 벌어 내가 하고픈 걸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첫 알바...

별의별 손님들의 성향으로 상처 받기도 했지만,

핀 보이들과 계산원 아가씨들과 편 먹고 두루치기 내기 볼링 치기도 재미났었고

커다란 전축이 전 재산인 양 들고 다니던 핀 보이의

의기양양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땐 그래도 전축 가진 게 꽤나 부러웠었던..

오라지게 추웠던 날

퇴근해서 집에 오면 연탄불이 꺼져있기 예사였고

달달 떨며 번개탄으로 게우 살려 놓으며 

연탄불 갈 때마다  왜 그리 또 찰싹 붙어 떨어지질 않던지...

부엌칼이 휘어지도록 엉겨 붙은 연탄을 떼어내려다 두 동강이 나서 맘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었지.

휘몰아치는 추위에 오도도 떨다가 

게우 생각해 냈던 것이 붉은 알전구를 끼워 놓았던 ㅎ

붉그족족해진 방안이 내심 따스해 보여 히죽거리며 웃었던 그 남루하기 짝이 없는 시절이

저 건너 남의 집 베란다 주황 등 불빛에 오버랩되어 시간여행을 해본다.

 

무튼 나는,

엘이디 등은 정이 안 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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