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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꽃 ....

담숙한 눈짓/남루한 수필 흔적...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0. 6. 2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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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우를 첨 만난 건  늦은 가을날이었다.

 

 갈대들이 수없이 손짓하는 섬진강 강변을 굽이굽이 달려가던 서애는, 곱게 물든 감나무 이파리들 사이로
선홍빛 감들이 익어가는 것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붉은 알전구들이 사뭇 가슴에 피어나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저 빛깔의 투명함은 누가 그려낼 수 있으려나. 홀로 나직이 중얼거리며 노을이 마실 나온 강가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자맥질하던 노을이 산을 넘고 이내 어두워진 강가엔 정적이 흐른다.
잠들지 못한 물고기가 튀어 오른다. 화들짝 놀란 서애가 일어서는 순간, 쏴 하고 빗줄기가 이마를 스쳐 간다.
빗방울이 후드득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한적한 길을 다시금 달리던 그녀의 눈에,
오래된 농가를 리모델링한 자그만 찻집이 들어왔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위로 쪽빛 페인트로 덧칠하고,
한 뼘 마당엔 자잘한 야생화들이 오밀조밀 도란거리고 있었다.
풍경이 달린 처마 끝에, 나들이 다니던 바람이 잠시 머문다.

 빗장이 달린 문을 열고 들어선 실내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창가에 자리 잡은 서애는 일상에서 아주 먼먼 곳으로 달음질쳐온 듯,
고립된 자신을 마주하며 희미하게 웃어보았다.


" 카모마일 차 주세요."
낮은음이 들려와 고개를 든 서애와 눈이 마주친 그는
깊은 눈에 서늘한 바람이 느껴져 자신도 모르게 손목이 시려옴을 느꼈다.
푸른 티셔츠에 선연한 콧날과 하얀 피부.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는 순간
어디선가 사과 향이 코끝을 스민다.

사랑할 땐
이별을 느끼지 못하지만,
이별할 땐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서애는, 시작하지도 못한 사랑에 이별을 먼저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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