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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숙한 눈짓/남루한 수필 흔적...

by 비닮은수채화 2021. 9. 10.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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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해 4월 엄니댁에서>

 

 

가만히 엄니께서 속삭인다.

"아파트 회관에 총무가 날 보고 열쇠를 관리하라고 주더라. 야야..""

엄니는 짐짓 들뜬 목소리다.

자꾸만 나를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그것도 아무나 주는 게 아니란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야 주지.

어떤 할매가 옆에서 날 줘도 되는 카더라 야야.."

 

코로나가 법석이기 전엔 아파트 회관에 제법 할무니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외로이 홀로 아픈 몸 뒤척이는 거 보담

고만 고만한 할무니들끼리 모여 

밥도 해 먹고

외식도 하고,

배달도 시키고

생일도 같이 축하해주고

어북 봉고 대절해서 맛난 거 드시러 타 지역으로도 출동하신다.

 

어쩌니 저쩌니 말들은 많지만,

노인복지정책의 한 가닥으로 회관에도 떡 꼬물이 떨어지니,

그 또한 보이지 않는 무언의 싸움이 대단터라

어딜 가나 유별난 사람 있듯이

쌈닭 할매 한분 계셔서 늘 시끄럽더니,

이제 회관에도 코로나로 뭇 서리 내리고, 

마스크 낀 몇 안 되는 할매들만 모여 도란도란 정담이나 나누고 

하드나 하나 씩 베어 물고 한숨도 나눈다.

청소하는 분까지 나라에서 정해주니, 

세월은 참 좋은 세상이거니,

 

떨어진 떡 꼬물 주워 갈까 봐

충무가 쥐어 준 열쇠를 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울 엄니가 어찌나 귀여운지....

 

 

누군가 나를 믿어 주고 

손을 내밀어 준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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