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4월 엄니댁에서>
가만히 엄니께서 속삭인다.
"아파트 회관에 총무가 날 보고 열쇠를 관리하라고 주더라. 야야..""
엄니는 짐짓 들뜬 목소리다.
자꾸만 나를 주먹으로 툭툭 치면서
"그것도 아무나 주는 게 아니란다.
믿을 만한 사람이라야 주지.
어떤 할매가 옆에서 날 줘도 되는 카더라 야야.."
코로나가 법석이기 전엔 아파트 회관에 제법 할무니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외로이 홀로 아픈 몸 뒤척이는 거 보담
고만 고만한 할무니들끼리 모여
밥도 해 먹고
외식도 하고,
배달도 시키고
생일도 같이 축하해주고
어북 봉고 대절해서 맛난 거 드시러 타 지역으로도 출동하신다.
어쩌니 저쩌니 말들은 많지만,
노인복지정책의 한 가닥으로 회관에도 떡 꼬물이 떨어지니,
그 또한 보이지 않는 무언의 싸움이 대단터라
어딜 가나 유별난 사람 있듯이
쌈닭 할매 한분 계셔서 늘 시끄럽더니,
이제 회관에도 코로나로 뭇 서리 내리고,
마스크 낀 몇 안 되는 할매들만 모여 도란도란 정담이나 나누고
하드나 하나 씩 베어 물고 한숨도 나눈다.
청소하는 분까지 나라에서 정해주니,
세월은 참 좋은 세상이거니,
떨어진 떡 꼬물 주워 갈까 봐
충무가 쥐어 준 열쇠를 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하는 울 엄니가 어찌나 귀여운지....
누군가 나를 믿어 주고
손을 내밀어 준다는 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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