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도 점심도 아닌 시간에 한 숟갈 먹고
점심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한 숟갈 먹는다.
식욕도 줄어들고, 세상만사 시큰둥
그러다 보니 힘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거 같아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에 해물찜을 시켰다.
小자를 시켰는데도 예전보담 훨씬 나아진 거 같아 왠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는 탓일까? 싶어서이다.
찜을 조아해서 밥 먹는 량을 좀 늘여볼까 하고,
덤으로 온 것들을 뜯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모밀국수 인가했던 건 새콤한 곰피 무침이었다
감자 샐러드, 야채샐러드, 해파리냉채, 그 기다 단호박 식혜 한 병이 곁들여 왔다.
언젠가 산에 갔다가
어정쩡하게 기둥만 남겨 놓고 베어진 나무에 영지버섯 모냥을 한 버섯이 보여서
냉큼 내려가 따 갖고 와서는 말려둔 적이 있다.
그 뒤에도 작은 걸 두어 개 따왔는데, 마지막엔 바지 뒷주머니에 넣었다가 세탁기 돌려서 버리고
두 개를 관상용으로 작은 병에다 술을 담었었다.
세상 살기 싫음 홀딱 마셔버려야지... 라며 농담 반 진담 반하며 담근 술!
송이 비스무리해서 두 어개 따 온 것도 술을 담겄었다.
며칠 전 이른 아침에 장식장 위에 둔 화초를 물 주려고 베란다에 내놓았다가
돌아서면서 깨뜨렸다.
몹시 기분이 상했고 께름칙한 생각이 들더니
맘 생채기 나는 일이 생겨 허수아비처럼 자빠져서 아직도 휘청이는 중이다.
체력적인 것도 있고 건강도 생각해서 술은 이제 그만이라 생각하면서도
담근 주 만큼은 조금은 여지를 주고 있고, 어쩌다 한 두 잔은 맘 달랠때 홀짝이는 정도인데
역시나 맘 생채기는 술을 찾게 되었고 한 두잔 마시다 보니,
먼지처럼 호로로 날아가버리고 픈 맘에 영지버섯 술을 마셨다.
간이 큰 건지
목숨줄이 긴 건지 말짱해서 썩소를 지은 게 사나흘 전이었다.
오늘도 영지버섯 술 한 두잔 먹다가
야매 송이버섯 술도 한 잔 들이켜보았다.
몇 시간 지났는데....
그냥 아직 살아있다.
영지는 확실한 거 같고 야매 송이는 아마 송이는 아니라도 먹을 수 있는 버섯이긴 한 가보다.
글 쓰다 보니 생각났는데,
가을장마 지나고 산에 갔던 날에...
여기저기 버섯들이 우후죽순 난리 바가지들이었다.
자주 마주쳐 낯익은 아줌니 한 분이 산길 여기저기에서 버섯들을 채취하고 있었다.
" 그 버섯 먹을 수 있어요?"
" 예! 그냥 먹으면 안 되고 살짝 데쳐서 볶아 먹으면 되여..."
" 근데 잘못 먹으면 끽 갑니데이. 울동네 아줌니 한 사람 이 버섯 먹고 죽었어요. 그전에도 먹었던 버섯인데..."
@그때 그 아줌니도 나처럼 간이 크구나....
중얼중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