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가을 풍경(1)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1. 10. 6. 17:46

본문

 

 

더디게

더디게 뭉그적 데다가 

어찌어찌 산으로 나서 보았다.

11월 초에 고향 친구 호우의 딸랑구가 결혼하게 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언제나 내게 달려와 기다렸다가 태워가고 태워다 주는 친구랑 톡 하다가 나선 길..

몇 걸음 떼다가 택배 문자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신선도 유지해야 하는 거라 정리하고 다시금 나선 길...

대원사 초입에 치자나무 곁에 유홍초가 소담스레 피어 있길래 다가서는데

마침 산밭 일구던 노부부가 나오던 길이라,

의아해 묻는다.

" 왜요? .."

"??? 아...! 꽃 보려고요...."

그제사 웃으며 꽃을 보며 환해진 할머니가 다시 묻는다.

" 산에 가던 길인가요? "

" 네에.. 가던 길입니다."

산길로 접어드는 오솔길로 발을 옮기며 대답하던 내게..

" 호박 하나 줄려고 하는 데... 오는 길에 가져 가요..."

치자나무 아래를 손짓하며 그 기다 하나 놓으라며 뒤따르던 할아버지께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난 가던 걸음을 재촉했다.

 

여전한 산길엔

뽀얀 속살 드러 낸 구절초가 따문 따문 피어있었고,

둘레길엔 벚나무가 놀놀하니 단풍이 짙어가고, 

얼마 전 만났던 꽃사과나무 꽃은 여전히 피어 가을을 무색하게 하고 있었다.

여름 장마와 가을장마에 속이 뒤집힌 저수지는 평정을 찾은 듯 하지만,

나무 등걸에 나와 쉬어 가던 자라는 어찌 되었을까 보고 픈 맘이 컸다.

 

둘레길을 마저 돌고

돌아오는 길에 호박 생각이 나서 둘러보니,

대원사 초입 치자나무 뒤에 가만히 숨어 있는 호박을 발견했다.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 전해주기도 쉽지 않은 이즘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무언가 받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이즘이다.

하지만, 세월과는 무관하게

시골에서 자란 촌뜨기 수채화는 그 노부부의 정이 고맙게만 여겨지는 맘이다.

세상은 그저 아직은 살만하지 않은가 싶다는...

'담숙한 눈짓 >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뭉친 삼총사!  (0) 2021.10.11
우연..&..필연  (0) 2021.10.08
간 큰 여자  (0) 2021.10.04
트라우마  (0) 2021.10.02
가을길에 ‥  (0) 2021.09.2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