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풍빛깔은 그닥이지만, 단풍나무는 그래도 나름은.
구름 흐린 날.
어느 새 다섯송이 오밀조밀 대견한 용담.
햇살 보시 받으며 피어 난 진달래.
수줍게 피어 난 잔대.
무언가 의미를 부여하고픈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이른 아침
창을 열고 내다보니, 안개가 자부룩하다.
이런 날 낮엔 햇빛이 더 찬란하다.
그저께 둘레길을 되돌아 걸어오는데
뒤에서 밝고 경쾌한 팝이 들려왔다. @ 젊은 사람인가 했는데.
지나쳐 가는 분이 반백의 날렵해 보이는 남자분이었다.
약수터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얼핏 보니 뒷모습에서 연상한 그대로였다.
마침 흘러나오는 팝이 우리 세대가 한창 좋아하던 노래여서 방가움이 앞서면서
저렇게 깔끔하게 맑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싶은 맘이 들었다.
좀 전 산길을 내려오다
등 돌린 벤치에 앉아 '산타루치아'를 휘파람으로 불던 분이 다시 떠올랐다.
좀 더 백발이 성성한 그분은, 방해될까 흘낏 볼 수가 없어서
나이가 가늠이 안 되었지만, 꽤 낭만적으로 보였다.
홀로 산행이 주는 맛깔스러운 면도 있다.
홀로 부는 휘파람.
고향 옛집 도랑 가에 앉아있을 때 동네 오빠야가 지나쳐 갈 적마다 흐드러지게 불던
그 휘파람 소리가 오버랩된다.
온 맘 결마다 뒤흔들던 그 휘파람 소리.
등 보이며 떠나는 詩월.
내 인생길의 가을 길을 걷다 보니,
이 가을이 주는 의미가 참으로 크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후회하지 않기 위해 좀 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야 할 것 같다.
동생이름이랑 같노.
묘한 음색.
묘한 이끌림.
박창근의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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