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연 (緣)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1. 10. 20. 20:58

본문

 

 

 

그저께 우체국에 갔다가 길모퉁이를 돌아 나오는데
곡식 말리는 농부님을 만났다.
가을장마도 지루했는데, 그 뒤로 줄금 줄금 비가 내렸으니
얼마나 애가 탔을까 싶었다.
밭 고무래로 정성 들여 골을 내는 굽은 등 너머 구릿빛 아버지 모습이 떠올랐다.

먼저 간 동생 산소는
딱실 못 지나는 도로에서 올려다보일 만큼 멀지 않은 거리이다.
그렇게 묏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머니의 애간장이 녹을 만큼 간구한 덕이 크다.
어렸던 손자들이 편하게 찾아갈 수 있게 해야 된다며 밤 잠을 못 주무시고 걱정하시다가

다행히 연이 닿아 참으로 다행였다.
결혼 후 처음으로 집을 사서 일 년도 채 못 살고 갔으니,
그렇게라도 해주고 싶은 엄니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했다.

오늘 요양사 차를 타고 동생 산소를 다녀오셨단다.
끌고 다니는 유모차를 싣고 산을 오르는 엄니 모습을 상상하니, 그렁그렁 눈물이 차오른다.
맘대로 안되는 인생길이지만, 부모 앞에 먼저 간다는 건 정말 할 짓이 아니구나 싶다.
주차하고 올려다보이는 거리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 아니던가
유모차 밀다가 안 되는 오르막은 요양사님이 유모차를 끌며
시난고난 닿아서 기어이 오르신 건 봉분 여기저기 자리 차지한 아카시와 찔레 때문이다.
농약 방에서 약을 사서 뿌리째 죽여야 한다는 거다.
근처 아카시 나무가 있어  씨앗이 자꾸만 날아든다.

올해는 유난히 비가 잦아서
우리가 다녀갈 때마다 약을 치지 못했고,
가을이 짧아진 탓에 나무가 마르기 전 약을 쳐야 한다는 엄니 주장이고
자식들 오기 전까지 애타는 맘을 어쩌지 못해 기어이 오르신 거다.
좀 기다리지 어떻게 올라갔느냐고 하니까


"죄가 많아 그렇지." 하신다.

'담숙한 눈짓 >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월의 그 끝  (0) 2021.10.31
습관  (0) 2021.10.26
다시 뭉친 삼총사!  (0) 2021.10.11
우연..&..필연  (0) 2021.10.08
가을 풍경(1)  (0) 2021.10.0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