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지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1. 12. 22. 09:39

본문

 

 

 

 

 

동지 
 
' 팥죽, 그 붉은빛으로 역병이 사라지길 ‥ 
 
오늘 아침 읽은 글 한 구절중
젤 와닿는다
그만큼 절실한 맘일 게다 
 
시간대와는 상관없이
눈을 뜨면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글을 읽는다
몸도 마음도 깨우는 시간이다
오늘은 동짓날
그 붉은빛으로 역병을 타파해야 하는데
죽 끓일 열정은 없고
그림 죽으로 때운다 
 
내겐
잊지 못할 동짓날의 풍경 한 컷이 있다
가난한 농가의 딸로
아래위 오빠들과 남동생에게 끼여
여고 진학이 어려웠던 시절
우여곡절 끝에 시험 치게 되었고
포항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수험생 합격 발표가 흘러나왔다
언니랑 나는 두 군대는 가슴을 안고
라디오에 귀 기울이고
울 엄니는 무심히 팥죽 끓이시느라 군불 지피시던 중이었다
613번 수험번호
600번 들어서자 줄줄이 떨어져 애간장이 녹아들던 ‥

그리곤 내 번호가 들려와 환호성을 지르는데.

부엌 쪽이 조용해서 급 눈치를 보던.
그때는 엄니가 한편으로는 서운했지만
지금은 너무도 절실히 그 심정이 헤아려진다
삼 년 통학 내도록
고된 농사일에 지친 몸으로
어두운 밤길을 나서 방천둑으로
하교하는 나를 마중 오시던 울 엄니. 
 
가마솥 한 가득 팥죽 끓여
양푼마다 담아
장독 대위에 올려 식히던
그 팥죽과 시원한 동치미 궁물이
이 아침에 무진장 그립고 또 그립다.

'담숙한 눈짓 >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가 되어 가는 길  (0) 2022.01.03
잘 다녀와  (0) 2021.12.27
벙어리 장갑  (0) 2021.12.17
짝사랑, 그 언저리엔...  (0) 2021.12.10
톡톡  (0) 2021.12.05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