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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아래서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2. 1. 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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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욱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 옥탑방의 문제아들' 이란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풀꽃 시인 ' 나태주 ' 편이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 대숲 아래서'로 등단>
끄트머리에 잠깐 보게 되었는데 여운이 좋았다. 우연히 낮에 또 재방이 되어 다시 보게 되었다.
연예인들 신변잡기나 연애사 들추기가 아닌 조금은 신박한 시간이었다.

첫사랑의 아픔을 노래한 '소곡 풍'이 신춘문예 심사위원이었던 박목월에 의해 제목이 ' 대숲 아래서'로
바뀐 사연과 아릿한 아픔으로 인해 시인으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첫 시집 '대숲 아래서'에
서문을 써 주신 박목월은 거짓 없는 그의 성정을 보면서였다고 한다.
스승이자 아버지 같았던. 문학의 아버지이신 박목월의 담대하면서도 다정한 성정을 엿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유정 소설 ' 애기 ' 에서 처음 등장하는 단어도 재미있었다.
1939년도에 '뽀뽀'란 단어를 처음 사용해서 1961년도에 국어사전에 게재되었다고 한다.
처음 만들어 사용한 단어가 600여 단어가 된다니, 새삼 놀라운 사실이다.

언급되었던 줄거리 중에 묘비명도 잠깐 나왔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자신의 묘비명에 '일어나지 못해 미안하오'
나태주의 묘비명은 '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로 쓰고 싶다고 했다.
풀꽃으로 하고 싶었으나, 이미 어느 영화에서 써먹었기에 포기했다며 그는 웃음으로 화답했다.

15년 전쯤 교직 생활 은퇴하던 해에
쓸개가 다 터져서 도저히 못산다는 의사 말에 심각했던 상황.
고무호스랑 페트병을 연결해 썩은 췌액이 콸콸 나왔고, 응급실로 중환자실로 전전하다가 6개월 만에 퇴원.
기적적으로 완치. 세계 의학 협회에 일부 세포를 떼어내 보내기도 했다고.
희박한 확률을 뚫고 살아내었고. 지극히 비관론자였던 그는,
가치관이 바뀌고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지니게 되었다고 한다.

방송에 나온 퀴즈들도 좋았다.
초등학생이 쓴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 그건 엄마의 밥상 이야기였고 병환으로 먼 길 떠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시였다.
언급된 이야기 중 뭉클했던 것이 있다.
임산부가 신 음식을 원하는 건
자신도 모르게 뼈를 녹여 탯줄로 보내 아이의 뼈와 살을 형성하게 하려는 신비로운 현상이라고 한다.

유쾌한 입담과 위트. 밝은 에너지를 지닌 그는
이즘 MZ세대들에게서 핫한 시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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