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와 싸리꽃
김경호
먼 산에 싸리꽃 피면, 싸리꽃 지면
리어카 끌고 싸리나무 베러 가시던
싸리비 장수, 서른다섯, 우리 아버지
아홉 살 아이는 혼자
어제 해온 푸른 잎 싸리나무
햇볕에 뒤집으며 한나절이 가고
칡넝쿨 찢어 싸리비 한 단 매어놓아도
한낮이 지났는데 아무도 오지 않고
배고픈 여동생은
여치와 놀다 여치 다리 씹어보다 지쳐
개미에게 던져주고 혼자 잠들던 초가집
심심한 송사리 몇 마리
앞개울 돌다리를 다녀가고
싸릿잎은 종일 햇볕 아래 바스락거리던 오후
어린 손들이
싸리나무 한 짐 이파리 다 훑어 놓아도
우리 리어카는 보이지 않고
저녁노을 마당까지 내렸는데
막걸리 냄새와 같이 와서는
늘 말 없던 아버지, 그날은
호롱불 켠 남매 잠들 때까지 오시지 않았지
싸리비 팔러 갈 때 절대 장에 따라오지 말라던
아버지, 올해도 산소 옆엔
연분홍 싸리꽃 피었겠지요?
2026《우연히 우리가 거기 있었지 》,(시하늘시인선 14)
제 첫 시집에 해설을 덧붙여 주셨던 김경호 시인님의 세 번째 시집 상재를 축하드리면서, 거미줄 걷고 오랜만에 포스팅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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