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어본다.
갑작스레 쓸쓸함이 목젖을 누르듯 아파온다.
괜스레 뒤돌아보다 내 그림자를 보았다.
그래 넌 늘 내 곁을 지켜주는구나.
반가운 맘에 안아주려니
저만큼 또 멀어진다.
허상이다.
어쩜 이 세상 모든 것은 허상인지도 모른다.
다가서면 멀어지는 내 사랑 같으니...
황사로 뒤덮인 온 세상에 단비가 내렸다.
홍역처럼 벌겋게
지천으로 진달래가 피어났다.
나처럼 그 꽃들도 갈증을 풀었을까?
아직도 나목인 나뭇가지에
수없이 맑은 물방울들을 머금고 있다.
산 중턱에 유유히 떠가는 구름 너울
갑자기 세상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소풍 나들이 끝날 즈음
무엇이 아쉬워 미련을 안고 돌아보게 될까?
사랑하는 이
핏발 선 눈으로 쥐어본 그 모든 것.
그리고 아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어본다.
어쩌면 비 온 뒤에 불어오는 상큼한 바람 한 줌
내 그리움을 얹어 보내고픈 산 중턱에 걸린 구름 한 조각...
이 아름다운 것들에게 미련의 끝을 놓지 못할 것만 같다.
뒤돌아본다.
어딘가 나를 지켜줄 내 그림자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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