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哀歌, 그리고 망설임 그대

타인의 흔적/너와 나의 간이역엔...

by 비닮은수채화 2009. 3. 27.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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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헤매던 혼이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을 생각함으로 유쾌하게 하늘과 별 높은 이상을 추구할 수도 있도록 되어진 저는
모든 다른 여자보다 행복합니다

온갖 생활고를 가득히 담은 제 이야기가 때론 당신을 우울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것도 과도기를 걷는 우리들의 살려는 고백임을 아실진대
관대해 용납될 줄로 압니다

바람이 봅니다
방은 여전히 침묵하고 간신히 꿈결에 들리듯 아픈 여자의 신음이 들립니다
당신이 앉아 계시던 의자도 가고 들려 주시던 보를레르의 시의 소리도 갔습니다
내일은 제 마음의 슬픔을 제해 주실 당신의 건강하신 글발을 기다리겠습니다

뵈올 때까지 안녕하소서


시몬

이렇게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여 또다시 당신을 향하여 글을 씁니다
이제는 이 글을 부칠 길도 없고 이를 전해 줄 친구 한 사람도 없는 세상에서
그래도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긴 허공 영원히 침묵한 하늘 저 편을 향해 이룰 길 없는 기원을 보내며
시몬은 저의 젊음을 사랑함이 아니옵고
저의 영혼을 아시고 그 고갈한 생의 욕망을 이해하시는 까닭이어요

이 동반의 자연성을 무슨 무기로 끊을 수 있으리까


시몬

한 여자의 최대의 선과 행복은
위대한 피의 흐름을 가진 한 사람의 완전한 소유가 되는 때에 실현된다고 봅니다
저는 당신의 길을 해독할 때까지 지혜를 기다립니다
지금은 다만 당신의 얼굴을 이 마음에 품음으로 행복을 지속하려 합니다

 




우리 서로 방향 없이 날리는
한갖 우주의 바람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아침 바람 밤 바람의 친구


렌은
나의 생이요 죽음이요
강물이요 구름이요
나의 소녀 나의 흔들림
즐거운 나의 망설임

-언제나 렌의 시몬으로부터-
 
 

시몬을 만났다 태연한 사람

나는 혼자 초조해하며 시몬의 지난 날을 회상했다

시몬은 영원할 수 없고 시몬의 정과 노래도 영생할 수 없는 것일까
지나는 생의 들판에서 그를 만났을 뿐이어늘 어찌해서 이처럼 그를 따르며 바랐던고
어찌해서 그의 정에 나를 영생시키려 했던고

시몬의 앞을 지나가야 한다
눈물도 아무 탄식도 없이 그의 앞을 말 없이 지나야 한다


시몬

저는 아무 미련없이 혼자 먼 사막을 가는 당신의 이상을 따르던 한 여인이 아니었던가
합니다
이런 감정으로 당신을 착각했던 지난 날들을 여기서 왜 또다시 찾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상실하면서
시간과 생존의 모습을 망각하고 제각기 고독한 영혼을 안고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사막의 여행자가 아니었던가 합니다
이상과 행복 사랑의 성전을 찾기 위해 우리는 유목민의 인생을 살지 않았습니까
 

옥색 태양이 눈부시다
여기서는 덥다거나 땀이 흐른다는 말은 사치다
인간의 몸은 태양보다 강하다 별들은 야자나무로 눈을 가린다

마음은 저 혼자 모래위롤 뒹군다
절망할 힘마져 잃었을 때 영생 아닌 죽음은 찾아온다
그러나 이 마지막 순간에도 시몬은 파도의 잔주름살이 되어 가슴에 밀려 온다

잠시 그의 영혼 속에 녹아 들어간다
나는 다시 사탄에게 그를 빼앚긴다
이별과 함께 행복한 고독이 되어 그가 다시 온다
눈을 감고 그가 살을있을 혹은 죽어있을 수용소로 달려가 본다
그는 영혼을 비틀며 하늘과 달빛을 만나게 해 달라 기도했으리라

사막은 밤에 잠긴다
그의 환상은 더욱 맑아온다
이 광막한 하늘과 땅위로 그의 혼을 안고 나는 길을 걷는다

모래 언덕에 잠시 휴식한다
우리의 양떼는 깊은 잠에 빠졌고 우리들의 간절한 눈동자는 타오르는 별을 먹는다
바다는 깨어나 환호의 파도를 일으키고 바람은 멀리서 산과 마을을 밀어온다
죽음을 마신다
긴긴 밤들의 흰 나래를 펴 우리를 초대한다
그의 눈은 대사원 촛불위에 빛나고 있다

신이여
그립던 우리들의 골짜기로 우리의 영혼을 옮겨 주소서


- 모윤숙님 렌의哀歌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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