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장마끝에
쏴아~'하며 비가 내린다
퇴근길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출입문을 들어서다
습관처럼 시선이 가 닿은 우편함에
두툼한 서류봉투가 꽂혀있길레
다가서보니 ᆢ
석달열흘 기다린 연인마냥 방가운 소포가 와 있었네
그 흔한 기별도 한자락 없이 ᆢ
지인이 소개해준 석여공 시집이다
바랑전야 ᆢ석여공
바랑을 싸다보니 담고 갈 건 경전 몇 줄
눈으로 쏟아지던 별무리 몇 두릅
계곡을 지나가던 물소리 한 웅큼
숲을 위무하던 안개 몇 호흡
그리고 미주알 고주알 새 소리 몇 귀절
바랑 벗어 열어보면 그도 다 흘리고 없는 것을
자꾸만 넘겨지는 책장
자꾸만 눈에 밟히는 싯귀절
♡' 이 세상에서 가장 울기 좋은 모퉁이는 당신가슴이라고
더듬이처럼 말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