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쌈지에 몇 푼이라도 넣어 드려야겠기에
우체국에 가서 돈 쪼금 찾아
길 건너 아파트 옆 일요장으로 향했다.
자가용 한 대가 스르르 멈추더니,
"엄마아!"
차창밖으로 내다보며
늙은 남자가 부른다.
등대 교회 앞 예배드리고 나선
할머니 몇 분들이 정답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가
할머니 한분이
"엄마 칸다 엄마 칸다."
"으응!"
대답한 겨자색 쟈켓 할머니가 이마에 손을 얹고
"누구 엄마?
엄마 이름?"
할머니가 재차 묻는다·
" ㅎㅎ 하이고~' 박'옥'선'~!"
늙은 남자가 웃으며 또박또박 외친다.
"음마야‥하하하하 까르르 호호"
겨자색 쟈켓 할머니는 멋쩍은 듯
발그레 볼 붉히며 친구분들에게 안기며 웃는다.
익어가던 소녀들의 웃음소리에
날아가던 잠자리가 흠칫 놀란다.
좁은 길을 유턴해서
차를 멈추고 아들 며느리가 내려
할머니를 안전하게 모시고서
가을 속으로 떠나갔다·
아이들 기다리며
반찬거리 사들고 와
잼병이지만 달그락 데며 반찬 몇 가지 만드는 동안
등대교회 앞 그 익어가던 소녀들의 웃음소리가 자꾸만 귓가에 맴돈다·
창을 열어 놓고
책상에 앉아
하늘 화폭에 그려지는 구름 스케치를 보며
엘베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
언제쯤 오려나
울 아이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