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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시인이다-김재호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1. 11.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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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집 가까이 사는 친구가 매일 좋은 글 한 자락씩 전송한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감나무가 왔길레 (해벌쭉)

 

예쁜 보랏빛인데 사진이 멀겋게 나왔네

 

 

아내는 시인이다

 

시인이 지어낸 시는

갓 지어낸 밥처럼 찰지네

씻고 조리질하듯

거품 걷어내고

행여 설익을까

충분히 뜸 들여야 시 맛 산다지

밥알 골고루 섞어주듯

연과 행, 나누고 정렬하네

입안에서 굴리며 씹을수록 단맛 나네

시가 그래

두 번 세 번 읽을수록 시인의 손맛 달아

매끼 밥상 차려내는 아내가

시인보다 더 따뜻한 시 지어내네

 

시가 뭐냐고?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상 같은 거

 

 

 

언젠가 

김재호 시인님의 ' 오늘 밤에도 어매가 오셨으면 좋겠다' 란 시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어머니 엄니 어매 엄마... 단어만 마주해도 울컥해지는...

그의 시 구절속에 꽃신에 꽂혀 인연이 된 걸까

첫 시집을 낸 그에게 이렇게라도 응원해주고 싶은 맘이다.

전생에 빚을 진 건 아니겠지?

 

 

매일 산을 올라

오솔길에서 만나는 단풍 나무 한 그루

홀로라도 곱다.

 

나도 너처럼 곱게 익어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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