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집 가까이 사는 친구가 매일 좋은 글 한 자락씩 전송한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감나무가 왔길레 (해벌쭉)
예쁜 보랏빛인데 사진이 멀겋게 나왔네
아내는 시인이다
시인이 지어낸 시는
갓 지어낸 밥처럼 찰지네
씻고 조리질하듯
거품 걷어내고
행여 설익을까
충분히 뜸 들여야 시 맛 산다지
밥알 골고루 섞어주듯
연과 행, 나누고 정렬하네
입안에서 굴리며 씹을수록 단맛 나네
시가 그래
두 번 세 번 읽을수록 시인의 손맛 달아
매끼 밥상 차려내는 아내가
시인보다 더 따뜻한 시 지어내네
시가 뭐냐고?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상 같은 거
언젠가
김재호 시인님의 ' 오늘 밤에도 어매가 오셨으면 좋겠다' 란 시를 소개한 적이 있다.
어머니 엄니 어매 엄마... 단어만 마주해도 울컥해지는...
그의 시 구절속에 꽃신에 꽂혀 인연이 된 걸까
첫 시집을 낸 그에게 이렇게라도 응원해주고 싶은 맘이다.
전생에 빚을 진 건 아니겠지?
매일 산을 올라
오솔길에서 만나는 단풍 나무 한 그루
홀로라도 곱다.
나도 너처럼 곱게 익어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