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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봉계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1. 11. 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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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무리중인 노박 열매

 

 

이모 댁 앞 산보하다 만난 이발소. 주인 할부지 부재중이라 닫힌 창 너머 풍경.

난 이런 아날로그가 왜 이리 좋을까?

난 여즉도, 달달한 다방커피를 좋아한다.

촌스런 여자라...ㅎ

웃음꽃이 사란 진 빈 집.

딱 옛날 점빵문처럼 생겼다.

이모랑 방앗간 갔다가 

손바닥만 한 구멍가게 같은 방앗간을 보았다.

떡국 두 줄기씩 빼내는 모습이 정감이 가던데 바쁜데 폰카를 디밀기 미안해서 바깥 풍경만.

그나마 까리한 교회 건물.

온갖 좋은 것을 다 넣어 우려내는 가마솥 표 채수.

이즘도 이런 성냥이 있었네. 정겨버라.

 

엄니 댁에 이모가 오만가지  챙겨준 거 내려 드리고 

방천둑에 올라서니, 노을이 아름답게 번져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기다림에 지친 엄니를 잠깐 꿈에 본 듯

뵙고 돌아서는 길. 

늘 아릿하다.

 

 

지난 금요일에 집을 나서

시외버스로 경주에 내려 오분 정도 걸어 나와 봉계로 가는 500번 시골버스에 몸을 실었다.

탐리 포석정 삼릉 남산 용산 용장 내남을 거쳐 종점인 이모 댁 여관 앞에 내렸다.

숯불갈비 식당을 하다가 전기누전으로 1층이 화재로 소실되어 이모부가 당구장 지어 세를 놓아둔 상태.

뒷골목 돌아 2층 살림집을 찾아들었다.


대문 앞에 가마솥 걸어두고. 김장김치에 쓸 채수를 끓이고 있던 이모랑 쪼우.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셨다.

방앗간 다녀오다가 이모님 절친 기와집 숯불갈비집에 키 큰 고무다라이 네 통 절임배추 씻느라 허리가 똑 부러질 뻔.

담날 이모집 절임배추. 겁나 많은 거 씻느라 남은 허리 끊어질 뻔.

그 담날은 직접 농사지은 짜리 몽땅하면서, 고만고만한  작은 배추 양념 버무리는데 시간이 엄청 들어

내 허리가 폴드로 접힌 채 똑 끊어질 뻔.
늦은 점심에 허기가 져서
이모 손맛 햅쌀밥을 정신없이 퍼먹었다.

도매 정육점 가서 소고기 서너 뭉티기 사와 걸쭉하니 육개장 끓이고

소고기 볶음. 낚시로 잡은 생선구이 그 뽀얗고 도톰한 속살. 잡채.

생굴과 막 버무린 배추김치 콜라보.

콩나물 무 미역 삼색나물.

갖은 밑반찬과 최애 단풍 콩잎 무침.

배가 불락 하니 접힌 허리가 조금 펴지는 듯.

차가 내려앉을 만치 이것저것 얼마나 많이 챙겨주시는지 ‥


하루 종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니 댁에 도착해서
쌀포대 고구마 상자 누룽지 봉다리. 곰국 김장김치 굴김치 동치미 알타리 김치.

배추 무 봉지. 밑반찬과 잡채. 누런 호박 썰어 넣은 떡.

정신없이 내려드리고 늦다고 어서 가라고 등 떠밀어 방천둑에 올라서니

눈물이 나리만치 아름다운 노을이 펼쳐져 있었다.
마당 계단 난간을 잡고 하염없이 손 흔드는 울 엄니!
홀로 계신 울 엄니랑 헤어지는 일이 너무 시리고 아프다

애조 카 쭈나랑
12월에 동생과 다니던 약사암에 엄니 모시고 다녀오기로 새끼손가락 꼭 걸고 약속했다.

다들 김장은 다 하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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