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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나들이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2. 9. 3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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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내 생일은 제주 여행 가기로 약속하고 대충 넘어가려 했는데 약속도 없이 아들과 며느라기가 집으로 왔다.
금오산을 갈까 팔공산을 갈까 망설이다가 오랜만에 한티재로 향했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하늘과 구름이 더없이 맑고 곱다.
팔공산으로 향하는 길은 시골 풍경이라 맘이 포근하다.
점심으로 꿩 샤부샤부를 먹고 구비구비 한티재에 올라 커피 테이크 아웃해서 야외에서 마시니 한결 분위기가 좋았다.

커피 마시다가 시화전 얘기가 나왔는데 며느라기가 내 시를 읽고 울었다고 했다.
왠지 그냥 뭉클했다는....
시는 어렵고 자신이 없는데 확실한 팬 한 사람은 확보한 거 같아 내심 기분이 좋았다.

 

군위쪽으로 넘어가서 오랫만에 제2석굴암에 가보았다.

(군위 아미타여래삼존 석굴)

군위군 부계면 남산리, 팔공산 연봉 북쪽 기슭에 있는 석굴이다.

거대한 천연절벽 자연동굴안에 삼존불을 모셨는데 석굴 입구는 둥근 모양이고, 내부 바닥은 네모지게 반듯한 모양으로 평평하다. 천장은 활등이나 반달처럼 굽은 모양이다. 석굴안에는 중앙에 아미타불, 왼쪽에 관세음보살, 오른쪽에 대세지보살*을 벽면에 붙여서 모셔 놓았다.

아비타불은 사각형으로 만든 받침대 위에 두 발을 무릎 위에 올리고 발바닥이 위로 향하게 앉은 모습이다. 양쪽 귀는 길고, 목은 짧고 곧으며, 얼굴은 몸에 비하여 큰 편으로 , 삼국시대 불상에서 보이던 친근한 미소대신 위엄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손 모양은 오른손을 무릎 위에 올리고 손가락이 땅을 향한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아미타불의 뒤쪽 바위 면에는 부처의 정수리와 몸에서 나오는 빛을 상징화한 광배***가 장식 무늬 없이 새겨져 있다. 관세음보살의 머리 뒤에 있는 광배에는 넝쿨무늬와 불꽃무늬가 있어 새로 수용된 당나라의 형식이 보인다. 

군위 아비타여래삼존 석굴은 삼국 시대 조각이 통일 신라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여 문화사적 가치가 높다. 그리고 자연동굴속에 불상을 배치한 복격적인 석굴 사원이라는 점에서 불교 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때 경주 석굴암에 이은 두 번째 석굴암이라는 의미로 제2석굴암으로 불렸으나 지금은 문화재 명칭에 따라 군위 아미타여래 삼존 석굴로 불린다.

 

*대세지보살...아미타불의 오른쪽에 있는 보살. 그 형상은 정수리에 보병을 이고 천관을 썼으며 왼손에 연꽃을 들고 있다.

**항마촉지인...부처가 악마를 항복시킨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손 모양. 왼손은 펴서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무릎을 올려놓고,

오른손 내리어 땅을 가리키는 손 모양의 하나.

***광배...회화나 조각에서 인물의 성스러움을 드러내기 위하여 머리나 등의 뒤로부터 내비치는 빛.

국보 제109호 (1962년 12월20일 지정)

 

 

가을 정취가 물씬 나는 풍경들을 눈으로 가슴으로 가득 담고 집으로 돌아와서
소고기 굽고 해물찜 시켜서 저녁을 먹었다.
아들 내외가 사 온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내 생에 첨으로 아들의 코믹춤을 보게 되었다.
앞머리가 길어서 빨간 리본 핀으로 고정하고 다양한 포즈로 보여주는 춤사위에 볼때기가 얼얼하도록 웃고 또 웃었다.
동영상으로 담아서 보관해두었다. 맘이 울적한 날에 한 번씩 보면 절로 웃게 될 거 같다.
복도에 서서 가는 아이들을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며 보낸다.
차에 타려던 아들이 다시 올라왔다. 잊고 간 물건이 있나 싶었는데 엘베에서 넙쭉 절하며 용돈 봉투를 전해주고 갔다.

 

그리고 오늘도 아들이 던진 소원 동전이 백원은 좁은 테두리 위에
오백 원은 정확하게 안으로 들어가서 육백 원의 행복을 맛보았다.
늘 그날이 그날 같은 나날들 속에
마음속으로 밑줄 친 오늘 하루를 이렇게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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