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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2. 10. 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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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잎이 볼을 붉히며 떨켜가 생겨나고 한들한들 갈바람 타고 이별의 춤사위를 하는 계절이다.
묵은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감이 노을빛을 받으면 그보다 더 고울 수가 있을까
말캉해진 기분으로 분이 언니 일당들과 합류하러 가는 길엔
늦가을에 가장 좋아하는 감나무들과 하얗게 손짓하는 갈대와 산국들이 어우러져 수채화 한 폭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동네 미장원처럼 쏟아지는 수다와 뽕삘 함유 곡으로 아뜩해지는 마음으로 바다로 내달린 하루가 탱탱하게 나를
당겨 주고 있었다.

뽀도독 닦아놓은 듯한 면경같이 맑은 날의 바다는 갯바위에 부딪혀 하얀 눈처럼 흩날리던 파도 하나 없이
아득한 수평선 너머 푸른 하늘이 가득 내려앉아 있었다.
칠포 월포를 지나 강구 어시장에 내려 할머니들이 투박하게 막 썰어주는 회를 잔뜩 사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정각에 둘러앉아 소풍을 즐겼다.
내 친구 순유가 남새밭에서 직접 키운 가을 상추와 가을 배추쌈.
보온 통에 담아 간 분이 언니의 갓 지은 밥과 병 따가리, 커피 마시던 종이컵, 보온병 뚜껑,
손에 잡히는 대로 통통통 따러 마시는 소주 항 꼬뿌가 어찌나 달고 맛나던지
주름졌던 일상사들이 다림질되는 시간이었다.

방파제 틈 사이 맑은 바닷물에 씻긴 청각도 따고 몸피 부풀린 성게도 따고 따개비도 따면서
부자가 된 듯한 기분. 모래밭에 서성이는 조개껍질을 줏으며 소녀로 돌아 가보는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푸르게 멍든 바다이지만
여전히 우리들에게 귀 기울여주는 너른 바다 네바다.
자연산 미역과 피데기 오징어를 사서 옆구리에 끼고
다시 또 마음 무장을 단디하고 되돌아오는 고마운 하루였다.

또 다시 열심히 살아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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