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23. 5. 30. 10:16담숙한 눈짓/뜨락...

 

 

먼저 간 동생네랑 대구에서 합류한 다음, 엄니 댁으로 달려갔다.
차창 너머 온통 금계국의 노란 꽃물결로 꽃 멀미를 하면서 그리운 엄니 얼굴 마주할 설렘으로 가득했다.
올케가 준비해 온 김밥과 음료로 새벽부터 나선 걸음에 허기를 채우며 엄니 드릴 옷을 미리 준비해 온 정성에 감동했다.
남편 없는 시댁을 가면서 엄니 좋아하는 김밥과 암자에 가실 때 입으실 옷까지 사 온 정성에 울컥해졌다.
무엇보다 애조카 준하랑 레바논 파견 다녀온 재호까지 함께하니 얼마나 든든하고 울 엄니 얼굴에 꽃이 필까
내 맘마저 콩닥하였다.

화들짝 팔 벌려 맞이해 주시는 울 엄니, 거동도 불편하신데 식혜를 가득가득 만들어 놓으셔서 또 한 번 울컥했다.
올케가 사 간 옷을 입혀드리고 동생과 언니랑 아버지까지 천도해 드린 약사암으로 가서 아픔 없고 고통 없는 천상에서 편히 영면하시길 염원하며 초파일 행사 동참하고 꿀보다도 다디단 절밥을 공양했다.
이후, 애조카 준하가 이끄는 대로 달리고 오르고 또 올라
가파른 산 중턱에 있는 옛 화전민 터인 숲속 카페에 도착했다.
마치 높은 산 골짜기 안 깊숙이 누군가 우릴 거대한 손으로 담아 공중 부양시켜 주는 듯
형용 못 할 청정한 공기와 야생화 천국에 시원스러운 높다란 평상과 통나무 탁자, 그리고 마른 꽃으로 장식해 놓은 듯한
감꼭지 디스플레이는 참으로 주인장의 감각이 돋보였다.
뽀얀 찔레꽃, 보랏빛 수레국화, 보랏빛 큰꽃으아리에 홀리운 하루.
어설프게 너와집을 흉내 낸 것도 용서가 되고 너른 창 너머 빈집 양철지붕 위에 늘어지게 자는 양이가
새삼 부러운 하루. 시름 가득하던 울 엄니의 얼굴에 햇살 바른 웃음꽃이 가득한 하루.
한동안 가슴앓이로 찌든 내 맘이 다림질되던 하루였다.
애조카 울 쭈나랑 재호 그리고 올케에게도 정말 고맙고,
홀로 거동 불편한 채로 외롭고 쓸쓸함에 삭아가던 울 엄니가 맘껏 환해진 모습에 목에 메인 하루였다.

더불어, 엄니 댁 가차이에 아버지 산소와 동생 산소를 둘러보는 것 또한 

엄니 뵈러 가는 길에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이고 감사한 일이다.





피에쑤...블친님들께서 너무도 감사하게도 울 엄니 안부를 여쭈어 주셔서 게으름 털며 두서없는 글을 올립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꼬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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