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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추억....

담숙한 눈짓/뜨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09. 9. 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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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이긴  한가보다..

나들이 한번 하려니 왜 이렇게 해야 할 것도 많은지..

귀밑머리에 돋아난 흰머리도 뽑아야지.

안 하던 팩도 한번 해줘야지.

눈알 까뒤집으며 마스카라도 심하게 올려보고

정신줄 한번 놓았더니 급격히 불어난 배살들로 장롱을 헤집으며 땀 뻘뻘 흘리며 이 옷 저 옷 걸쳐보고,

한숨 쉬어가며 신발장까지 헤집고

한낮이면 따끈한 날들의 연속이니..

그나마 날씬해 뵈는 청바지에 아껴둔 보석 박힌 샌들에다 검은 반팔티셔츠 걸치고

경주시내에서 배살 커버용 검은 조끼를 사는 걸로 위안을 하고..

봉계 이모네로 달렸다.

여고졸업반 내 평생 첨이자 마지막 미팅에 졸인 맘 어쩌지 못하고 불참한 뒤

내 짝지가 보기 드문 킹카란 말에 그 무서운 아버지랑 오빠야들 눈을 피해 이모집 간다고 거짓말해놓곤

몰래 목표 달성하고 이모집으로 또 만나고 이모집으로..

그 앙큼 발칙한 짓을 한 이후론 이제야 첨 찾아가는...

도대체 몇 년 만인가..

경주에서 울산광역시로 바뀌는 순간 이모네 숯불갈비집 간판이 보인다.

건너편엔 영화 촬영이라 시끌벅적

흥분 고조된 내 목솔이 이모부 이모 외숙모 기영이 은영이 재현이... 그리운 이들... 과 상봉...

어린 시절 유일한 꿈의 여행이던 외갓집으로 달렸다.

 

 

 

 

 

방학만 되면

외갓집에 가려고 안간힘을 쓰던 우리들...

정갈하고 따스한 울 외할머니랑 추억이 묻어나던 옛집엔

웬 외국인들 기숙사처럼 쓰이고 온 마당 가득 잡초에 허물어져가는 돌담..

찡하니 코끝이 아리다.

 

 

 

 

먹거리가 귀하던 그 시절엔

깨양 나무도 위안되었었지.

 

 

 

 

고운 볼을 내놓은

석류야... 니꿈엔 가끔 외할머니 오시더나?

보구싶따아..

 

 

 

 

외할머니의 따사로운 손길이 식어버린 커다란 나무는

그냥 뒤따라 쫄랑쫄랑 따라가버렸나 보다.

앙상한 마른가 지만....

 

 

 

외할머니 하얀 고무신을

집 앞 도랑에서 뽀독뽀독 씻어서 댓돌에  세워두면 배꽃보다 더 하얗게 웃어시며 토닥여주시던 울 외할머니...

보고 싶어요...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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