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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다

담숙한 눈짓/풍경...

by 이도화 (비닮은수채화) 2021. 7. 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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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기와집 할무니댁으로 가는 모퉁이

낡은 콘테이너 담벼락으로 푸른 담쟁이잎들이 여름 한낮을 수놓아간다.

낡음이 가져다 주는 평화로움은

나이테를 더해가는 나 자신을 닮아 있음일까?

 

이른 봄날에

홍매화에 이끌려 골목을 들어서서 폰카에 담을적에

하얀 백발의 할무니께서 

집안으로 들어와서 맘편하게 사진찍어도 된다며 어찌나 환하게 웃어주시던지...

그 환한 웃음이 홍매화 꽃등보다 밝고 고왔다.

그 웃음뒤로 백발에 울엄니가 선연하게 그려져 

담엔 꼭 말랑말랑한 떡이랑 달달한 음료를 사 갖고 다시 와야겠단 생각을 했었지.

번죽좋치 못한 난

다시금 찾아들지 못하고, 그저 할무니댁 모퉁이에서 서성이다 되돌아왔다.

 

 

 

오롯이 유모차에 의지한채 

저 길을 걸으시는 할무니를 서너번 뵈었다.

딱 울엄니 모습이다.

길 건너 절에 다녀오시는지

마실을 다녀오시는지 뵐때마다 딱 저 길 저모습이다.

그저 와락 손 잡아드리고

꼭 안아 드리고,

무슨말이든 마구 아무말잔치라도 하고픈 맘이다.

예전 아부지 엄니는 대문앞에 서서 차가 안보일때까지 손 흔들어주셨지.

홀로 되신 엄니는 이제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 온몸을 의지한 채 

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 흔들고 계신다.

 

이번 추석엔

이차저차 예방접종 끝내고 맘편히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맛난 음식 나눌수 있으려는지..

 

긴 그리움으로 

홀로 선

저 해바라기 한 그루가 

오늘따라 눈길이 자꾸만 머문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그저 단어 몇개를 가지고 맘결로 다림질해서 갈겨 쓰던 글도 이젠

머리가 하얗게 되고 

멍해져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텅 비어버린 내 삶!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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