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기와집 할무니댁으로 가는 모퉁이
낡은 콘테이너 담벼락으로 푸른 담쟁이잎들이 여름 한낮을 수놓아간다.
낡음이 가져다 주는 평화로움은
나이테를 더해가는 나 자신을 닮아 있음일까?
이른 봄날에
홍매화에 이끌려 골목을 들어서서 폰카에 담을적에
하얀 백발의 할무니께서
집안으로 들어와서 맘편하게 사진찍어도 된다며 어찌나 환하게 웃어주시던지...
그 환한 웃음이 홍매화 꽃등보다 밝고 고왔다.
그 웃음뒤로 백발에 울엄니가 선연하게 그려져
담엔 꼭 말랑말랑한 떡이랑 달달한 음료를 사 갖고 다시 와야겠단 생각을 했었지.
번죽좋치 못한 난
다시금 찾아들지 못하고, 그저 할무니댁 모퉁이에서 서성이다 되돌아왔다.
오롯이 유모차에 의지한채
저 길을 걸으시는 할무니를 서너번 뵈었다.
딱 울엄니 모습이다.
길 건너 절에 다녀오시는지
마실을 다녀오시는지 뵐때마다 딱 저 길 저모습이다.
그저 와락 손 잡아드리고
꼭 안아 드리고,
무슨말이든 마구 아무말잔치라도 하고픈 맘이다.
예전 아부지 엄니는 대문앞에 서서 차가 안보일때까지 손 흔들어주셨지.
홀로 되신 엄니는 이제 아파트 베란다 창문에 온몸을 의지한 채
차가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 흔들고 계신다.
이번 추석엔
이차저차 예방접종 끝내고 맘편히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맛난 음식 나눌수 있으려는지..
긴 그리움으로
홀로 선
저 해바라기 한 그루가
오늘따라 눈길이 자꾸만 머문다.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그저 단어 몇개를 가지고 맘결로 다림질해서 갈겨 쓰던 글도 이젠
머리가 하얗게 되고
멍해져서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텅 비어버린 내 삶!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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