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숙한 눈짓/풍경...(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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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하루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있는데 베란다 너머 너른 창이 발그레해져서 복도로 나가봤어요. 온통 하늘빛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이 웅장한 대 자연 속에 나란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니... 저 찬란함이 찰나에 사라지더군요. 우리네 인생처럼 내 인생 후렴구가 걸린 하늘을 바라보며 곱게 익어가기를 다짐해 보았습니다.^^
2022.09.20 -
울산, 그곳에는
오랜만에 만난 바다에 기분은 최고조! 하늘거리는 양귀비와 청보라 수레국화. 바위위에 사람꽃이 피었다. 다리가 너무 길게 나왔네.ㅎ 자다 생각해도 웃기는 분이언니와... 해변에 핀 갯무꽃 잔물결 일렁이는 태화강변 뭐니뭐니해도 도시락 까묵는 시간이 쵝오죠. 고소 공포증 심한데 내 인생 첨으로 출렁다리를.... 관광버스에 올라 돌아오는 무렵 석양. 앞서 걷는 다정한 두 모녀를 보니, 홀로 계신 엄니 생각이... 몇 년 만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실로 오랜만에 산악회 버스에 올랐다. 코로나에 지칠 무렵, 늘 조심하던 분이 언니도 살금살금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같이 가자는 연락이 왔었다. 바다를 본다는 기쁨에 따라 나선길. 풍경을 따로 담지 않아 사진마다 못난이 출동. 그래서 망설이다 뒤늦게 그냥 올..
2022.05.23 -
호숫가에서
길가에 수레 국화도 만나고, 천생산 자락 아래 푸른 물결이 살갑다. 미루나무를 만나면 그저 좋다. 왼편 산봉오리는 천생산 정상이다. 찻집인가 기웃거려보니, 쉼터이다. 커피 가져 간다는 게 깜빡. 화들짝 피던 꽃 잔치 1부도 끝나고 연두에서 초록으로 출렁이는 계절이다. 목 뒷덜미 따끈해져 산을 포기하고 집 근처 호수를 찾아 들었다. 쉼터와 벤치. 몇 권의 책도 갖춰져 있고 쉼터가 될 수 있게 애쓴 흔적들이 보였다. 산 아래에서 쑥도 한 줌 뜯어왔다. 쑥 전 한 소당 부쳐 볼 요량이다.
2022.04.20 -
봄 나들이
ᆢ 보이지 않는 암담한 바이러스 커튼 젖히고 포항 찍고 경주 돌아 팔공산 자락 살포시 밟고 돌아왔습니다. 소중한 인연 분이 언니를 진심 넘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봄, 봄 춘정에 못이겨 봄바람에 온 맘 맡겨 보았습니다. 비릿한 바다 내음 포항 영일대 경주 벚꽃 팔공산 자락 참으로 우리 나라는 아름답기 그지없어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수채화 한 폭이었습니다. &...식당 보담 바다 바라보며 먹고 싶다고 했더니, 죽도 시장에서 회 뜨고 멍게는 그 자리에서 뚝딱 먹어 치웠습니다. 영일대 솔숲 아래 돗자리 깔고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맛나게 맛나게 먹었습니다. 분이 언니가 쏘주는 가방에 숨겨 놓고 따루어 주었습니다. 여자들이 낮술하는 거 보면 안된다나요. 오랫만에 만난 분이 언니 넘 방가웠구요. 운전해준 한 살 ..
2022.04.08 -
바람아!
바람아! 제발 좀 멈추어다오. 온 거리에 미련 많던 가랑잎들이 정신없이 바람에 실려 몰려 다닌다. 내키지 않아 한없이 뭉기적 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사전 투표에 나선 길. 장소는 가파른 산중턱에 위치한 행정복지센터. 누굴 위해 이 산만디에 지었을꼬. 오를때마다 혈압오른다. 긴 행렬보니 새롭다. 새 정부에 바라는 간절한 소망들이 비록 마스크로 가려지기 했지만 눈빛들은 더없이 또롱하다. 찍을만한 놈은 없지만 그나마 그중에서 더 간사하고 야비한 놈이 되는걸 방지하기 위해서 귀한 내 한표를 행사한다. 돌아오는 길. 빌라와 아파트 사이에 모올래 화들짝 피어난 홍매 한 그루에 주름진 이내 맘을 가만히 펴 본다.
2022.03.05 -
홍매,
에움길 따라 홍매 만나러 가는 길은 사뭇 설렘이다. 산사를 다다를 즈음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의 사운거림 또한 귓불을 간지럽히며 볼 우물 패이게 한다. 한 계절을 건너는 동안 비도 눈도 까무룩. 파슬 거리며 흙먼지 자분거려 목이 따끔거려도 파란 하늘이 가을 못지않다. 가만가만 계단을 올라 법당 초입에 선 홍매를 조우한다. 절간 같은 고요로 움. 수많은 꽃봉 사이로 배시시 피어난 몇몇 꽃잎들이 목말라 보인다. 물 한 양동이 자 붓이 부어 주고 싶다. 성급한 발걸음에 화답해준 고마움에 자꾸만 뭉그적거리다 돌아온다. 또 올께.
202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