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숙한 눈짓/풍경...(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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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풍경(3)
어디선가는 된서리가 내린다는데, 가을 장미도 나름 때깔이 곱다. 음률을 실어 나르던 잠자리가 이명이 왔을까? 혹은 익으가며 혹은 피워내며 계절은 제 할 몫을 다한다. 수면 아래 잠긴 설익은 노을 한 종지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 드는데 어디선가 놀란 꿩의 울음소리가 허공을 가른다. 보석을 비비듯 새 울음 청아하다. 저 아래 바사삭 낙엽 밟는 소리에 내려다보니, 통발 놓는 아저씨가 꽤 골똘하다. 가을 장마 끝 지루하던 비에 속이 뒤집히던 저수지가 맘까지 흐리게 하더니, 그루터기에 쉬어 가던 자라가 보이지 않아 발돋움하는 중이건만 왜 굳이 생태공원 저수지에서 낚시할까? 저만큼 가는 이의 뒤통수를 보며 냅다 꺼내 던져 버릴까 보다..라고 맘으로.
2021.10.23 -
가을 풍경(2)
무릇, 망개 열매 익어가는 가을. 망개잎 모자쓰고 칼 싸움하던 므시마들은 잘 살아가고 있겠지? 계절 잃은 명자씨! 회향 또, 곱구나. 나도 너처럼 곱게 물들어 갈 수 있을까.. 금오산 정상. 부처님은 여전히 청안하시고, 초록이 샐쭉해진 산능성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수면위로 별이 되어 쏟아진다. 산길 여기저기 구절초가 피어 난다 이른 봄 응달 눈처럼 해끔하니 곱다 쓸쓸한 듯 맑고 뽀얀 가을 꽃! 언젠가 뜰에봄 언니가 올려던 벚꽃나무 바라보던 그 소녀에게 구절초 똑딱 핀 꽂아 주고 싶다 찾았다. 국밥 시인 이인수 선생님의 손녀 아림양! 저 또롱한 눈망울에 무었을 담았을까요..?
2021.10.18 -
솔솔 바람 쐬러 ‥
오랜만에 엄니 무릎 베고 졸다 잠시 비가 뜸해져 바람 쐬러 나섰다. 포항 북구 흥해읍에 있는 곤륜산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가고 싶었으나 비가 오락가락해서 포기하고, 양동민속마을로 나섰다. 愛 조카 준하가 가까운데 한 번도 못 가봤다며 갈 사람 손들라고 했다. 준하엄마랑 나랑 손을 번쩍 들었다. 지금 이십 대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니, 므훗한 일이다. #... 경주시 강동면 양동마을길 134 #... 중요 민속문화재 제189호(1984년 12월 24일 지정),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2010년 7월 31일 지정 양동민속마을은 조선 시대 전통문화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한국 최대 규모의 집성촌으로 월성 손 씨와 여강 이 씨에 의해 형성되었다. 국보, 보물, 민속자료 등 많은 문화재를 간직하고..
2021.09.23 -
그곳에는 ‥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금오산 호수 둘레길로 향했다. 휘영청 둥근달과 유난히 반짝이는 샛별이 우리들 가는 곳마다 함께 해주었다. 피부에 닿는 소슬한 바람이 상쾌함을 더해주고 시크한 아들만 있다가 께발랄한 며누라기가 부늬기를 한껏 더해주니 사람 사는 집이 된 것 같다. 홀로 외롭게 자란 울아이는 이제 심심한 겨를이 없을 듯... 부디 울 며느라기의 콩꺼풀이 오래오래 벗겨지지 않고 알콩달콩 잘 살아내주길 바래는 맘이다. 슬몃 내밀어 주는 하얀 봉투도 고맙고, 선물 가득 안겨 주어서도 고맙지만, 쌍둥이면 좋고 내맘 알지? ㅎ
2021.09.20 -
그대에게 ‥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될까... 노랗게 물든 그리움! 산길을 걷다가 소나기를 만났다. 쏟아지는 빗금 빗금들... 둘레길을 가려던 맘을 거두고 집을 향해 걸었다. 어느새 얼굴을 바꾸어 버린 마알간 하늘...! 그냥 가긴 아쉬워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네 잎 클로버를 찾다. " 수채화를 찾아오시는 그대들에게 행운을 빌어 드립니다!" 가을 김 용 택 가을입니다 해 질 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숲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녁 이슬들이 내 ..
2021.08.17 -
칠월 칠석 ‥
창문을 톡톡~` 톡톡톡~` 가을 묻은 빗님이 무딘 나를 깨운다. 창을 열고 화초들과 눈 맞춤하고 느릿느릿 커피를 만들고, 저만치 산등성이를 휘감고 도는 자부룩한 안개를 바라보다 기억이 우산을 들고 산에 오르다. 호젓한 숲길... 너무 조으다. 눅눅함이 내 온몸을 감아도 나쁘지 않다. 산길을 내려와 둘레길을 걷다가 마타리를 만났다. `널 만난 건 첨이구나. 여기 이곳에 온 지가 이십여 년이 다 되어가는구먼은...` 언제쯤이면 난, 소나기처럼 따스한 글을 쓸 수 있으려나... 꽃들도 촉촉 풀잎도 촉촉 나무도 촉촉 내 맘도 촉촉 무심코 내려다 본 저만치 낯 익은 버섯이 보인다. 젖은 흙을 살 큼 밟고 내려가 겁 없이 따 본다. 먹어 볼 용기는 있으려나? 왠지 달뜨는 맘...
202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