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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매,
에움길 따라 홍매 만나러 가는 길은 사뭇 설렘이다. 산사를 다다를 즈음 대숲에 일렁이는 바람의 사운거림 또한 귓불을 간지럽히며 볼 우물 패이게 한다. 한 계절을 건너는 동안 비도 눈도 까무룩. 파슬 거리며 흙먼지 자분거려 목이 따끔거려도 파란 하늘이 가을 못지않다. 가만가만 계단을 올라 법당 초입에 선 홍매를 조우한다. 절간 같은 고요로 움. 수많은 꽃봉 사이로 배시시 피어난 몇몇 꽃잎들이 목말라 보인다. 물 한 양동이 자 붓이 부어 주고 싶다. 성급한 발걸음에 화답해준 고마움에 자꾸만 뭉그적거리다 돌아온다. 또 올께.
2022.03.02 -
봄이 오는 길
2022년 2월 22일 유난히 2란 숫자가 많은 날. 어제 일이다. 엄니랑 눈 맞추느라 한동안 산에 못 갔더니 자꾸만 몸이 무거워진다. 오늘은 오지게 맘먹고 나선 길. 바람이 제법 차갑지만 양지녘에는 봄기운이 제법 감돌았다. 산에서 내려와 둘레길을 걸었다. 저수지위에 얇은 살얼음 모자가 반쯤 벗겨지고 실바람 타고 윤슬이 반짝였다. 새마을금고에 볼일이 있어 둘레길을 더 내려가서 산 중턱에 있는 행정 복지관을 돌아 내려서는 길에 찬바람에 오도도 떨고 있는 매화꽃을 만났다. 이른 봄의 여울목이라 와락 반가웠다. 방에만 계시는 엄니 보여 드리려고 몇 컷 담아보았다. 따스한 봄이 오면 애조카 울 쭈나랑 엄니랑 경주 나들이 가자고 새끼손가락 걸었다. 봉계 이모 댁에도 가고 연잎밥도 먹으러 가리라. 오래전 블로그 인..
2022.02.23 -
겨울에 만난, 가을 운동회
국밥 시인 이인수님의 카스에 날마다 들락거린다. 올려주신 詩를 배독하기 위한,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루틴이다. 그기에서 민석기 사진가님을 알게 되었고, 사진집도 구입해 보았다. 사진집 서문은 시인.문학박사.성신여대 명예교수이신 이성교님이 써주셨다. 같은 동향이라 애정도 깊으셨는데, 서문을 친필로 써주신걸 받고 사진전 끝나고, 사진집 나오기전에 애석하게도 코로나 확진으로 돌아가시게 되었다. 해무 이선정 시인의 백부이기도 하고, 고향 삼척 원덕읍 월천을 그리워하고 사랑하셔서 호도 월천으로 지으셨다고 한다. 수필에 관심이 많아서 ' 동해 하얀파도를 따라' 란 수필집을 구입해서 읽어보기도 했다. 그기 올라온 '가을 운동회' 는 1979년 국정 교과서(중학 국어 1-2)에 실려 10년간 실리기도 했다. 가을 운동..
2022.02.08 -
겨울 산책
나목이 된 상수리나무 아래 알 수 없는 문양들 한가로이 노니는 새 한 마리 뒤태가 아찔 연말에 3차 백신 접종후 사나흘 쉬려다 그대로 뭉게져서 날마다 집콕 또 집콕. 다음 주에 건강검진 예약해 놓고 보니, 더럭 겁이 났다. 몸무게도 걱정이지만, 콜레스테롤이나 여러 가지로. 어젯밤부터 뱃살 운동에 아침 일찍 오지게 맘먹고 다시 산으로..ㅋ 얇은 패딩에 털조끼 걸치고 아들이 버리고 간 털실 모자 단디 눌러쓰고 산에 올랐다. 오솔길 가다 보니, 연기가 모락모락 언눔이?? 담배꽁초 버렸나 싶어서 잽싸게 가보니까 김이 모락모락 굴뚝만 한 곳에서 나온 수증기가 제법 주변 솔잎 단풍(깔비)이 젖어 있었다. 저 아래 석굴을 올린 적이 있는데 여름이면 시원한 바람이 제법 나와서 동네 어르신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화투 치며..
2022.01.14 -
대숲 아래서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욱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텔레비전 ..
2022.01.07 -
하나가 되어 가는 길
[김도경의 골목이야기](3) 4·3 유적지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에서 새해 아침을 맞다 김도경 기자 ▲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뉴스라인제주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해는 뜬다. 2022년(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해돋이 명소가 폐쇄되었다. 하지만 4인 이하 소모임, 가족 단위로 일출을 보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별도봉 정상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해를 기다렸다. 새해맞이 일출을 보려는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떠올렸다. 간절하다는 것, 염원한다는 것, 저마다 간직한 소원이 다를지라도 한 곳을 응시하는 기운이 힘을 만들어 낼 것 같았다. 코로나19도 물러갈 것 같았다. ▲ 잃어버린 마을 '곤을동' ⓒ뉴스라인제주 제주의 아침은 영하 3도의 날..
20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