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흔적(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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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에 그린 낮은 음자리
호반에 그린 낮은 음자리 / 이한명 멀리 상수리나무 스쳐 온 바람이 바스락 소리치는 계절이 오면 작은 벤치 하나로도 호반은 가장 큰 무대가 된다 다녀가는 바람마다 2중주가 되고 3중주가 되는 가을 합주곡 눈부신 가을볕이 수면에 음표로 반짝이면 바람은 상수리나무 마른 잎사귀를 타고 내려와 현을 켠다 가끔은 붉게 몸부림치던 쓸쓸한 눈빛의 꽃잎이 지고 말더라도 그리움 한 줄 써 내려간 호반에 달빛 하나면 족하겠네 고요히 평정심을 가다듬던 구름들 지우고 밀려 난 그리움의 파문은 끝내 삼키고야 만 울음 조각 달빛 하나로 현을 켜던 가을3악장 가슴속 들끓던 열기 몽롱이 흩어진 호숫가 쓸쓸히 숨어 우는 바람이 있다
2021.10.15 -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보일때가 있다.... 법정
하늘매발톱... 모란? 작약? 매발톱. 팥배나무.... 열매가 이쁘다던데 기다려봄! 홀로 인 듯... 산보 산행 산보... 되돌아오는 길에 대원사에 들렀다. 낭랑한 불경 소리가 담을 넘고 요래 요래 빗질 문양 새겨진 마당을 조용조용 지나왔다. 일요 장날... 취나물 한봉 다리, 계란 반 꾸러미, 양파 한봉 다리, 토마토 한봉 다리 오이 세 개, 도토리묵 한 모, 오늘도 딱 이 만 원어치! 인자 올해 마지막 쑥 전 구워 아점으로... 또 하루가 가누나.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서 하늘 냄새를 맡는다. 텃밭에서 이슬이 내려앉은 애호박을 보았을 때 친구한테 먼저 따서 보내주고 싶은 생각이 들고 들길이나 산길을 거닐다가 청초하게 피어 있는 들꽃과 마주쳤을 때 ..
2021.04.18 -
어떤 사랑....
아름다운 나이 여자 스물다섯 교회 첨탑처럼 나이가 높은 유부남을 사랑한다고 고백했더니 어머니는 질 질 질 내 머리를 끌고 겨울 혹한의 우물가로 나가셨습니다 말은 얼어붙은 채 두려운 침묵만이 흘러 마치 어둠이 부러질 듯 굳었습니다 어머니는 눈을 감은 채 하나하나 옷을 벗으시더니 150미터 지하 물을 두레박으로 빠르게 길어 올려 머리 위에서부터 부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의 젖꼭지가 고드름이 되어 얼어 빛났습니다 어머니의 머리가 도봉산처럼 삐쭉삐쭉 일어서 절벽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다음 얼어 터질 듯한 미끈거리는 오른손을 치켜들고 어머니 스스로의 몸에 채찍을 날리기 시작했지요 예리한 채찍은 금세 어머니의 어깨와 허벅지에 붉은 지렁이 기어가고 다시 온몸에 핏물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피까지 기절했을까 피까지 ..
2021.02.05 -
아름다운 사람들...
언급한적 있었던 분들의 향내나는 이야기를 몇점 올려볼까 합니다. 늘 동경하는 강원도! 화전민 집터에서 담으신 꽃마리 한 송이 함백산인지 태백산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으신거 같고 나무 틈새로 비켜지나가는 햇빛을 받으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 시선에 잡힌듯.. 왜 이렇게 고적한 사진이 좋은건지... 쓸쓸하면서도 그 쓸쓸함에 갖힌게 나쁘지 않은, 지우당님 말씀처럼 자발적 고립 또는 자발적 왕따임은 분명한듯하다. 그리고 이런 시선을 가진 분이 참 좋다. 풍선초와 나팔꽃 씨앗 나눔해주셨던 뜰에봄님의 이야기입니다 온집안에 후리지아 향기로 한동안 수채화를 행복하게 해주셨던 뜰에봄님의 뽕칼이야기 다음카페 을 운영하는 백금자님은 농사를 지으며 산양삼을 기르고 산야초 효소를 만들기도 하고, 산나물을 채취해서 팔기도 한다. 봄이..
2020.06.16 -
그리운 추억을 찾아서...
아래글은 다음카페 " 안중18회 동기회"에서 퍼온글입니다 (안강중학교.18회 동기회) 딸기밭이란 제목으로 쓴 홍문식 선배님의 글입니다. 제 블벗님중 죽도선생님이 늘 궁금해하시던 아리랑포도원을 검색하다가 만난 글인데.. 저역시도 고향의 향기가 느껴져서 슬그머니 퍼온글이지요. 댓글중에 60이면 한창이란걸 미루어보면 저보다는 살짜쿵 선배이시고 저희 작은오빠 후배님이시니 훔쳐와도 용서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식사를 마친후 후식으로 나온 딸기를 먹다가 문득 옛날생각이 났다. 우리가 어릴 때는 변변한 먹거리도 없었고 레저문화도 빈약한 시절이라 철 마다 나는 과일밭으로 과일을 먹으러 가는 것이 처녀총각들의 데이트코스였었지. 우리 고향 안강에는 유명한 곳이 많았다. 칠평천 건너 건냇골에는 '아리랑 포도원'이 있어 우리가 ..
2020.03.02 -
어느 전도사의 이야기....
신천지에 빠졌다가 헤어난 어느 젊은 전도사의 이야기... 울분에 차서 왜 왜? 멀쩡한 사람이 그런델 빠졌나? 이해가 안간다...라고, 며칠을 오지게 이를 갈다가 본 영상이다.
2020.02.23